#중경삼림 음악 흐르고 한 무리 늑대들 눈에 번뜩이는 핏빛 자작나무숲 속 사이를 달리며 호기롭게 무언가를 쫓고 있고 쫓기는 건 외로운 왕관을 쓴 남자
#왕족 주변엔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세력이 지천이고 왕족이 가진 화려한 부귀영화는 모두 다 공격의 표적이지만 왕은 자만심에 들떠있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고 조직적인데 왕족 주변에 충성 그룹은 있지만 지리멸렬에 눈치꾼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닌 병원을 배경으로 페이드아웃
#왕은 두 눈을 뜬 채 말이 없고 새 왕국은 핏빛으로 물들어 혈안에 먹히는 자는 사라지고 현실을 외면하는 곳에서는 관객이 기다리는 반전은 없다
- 시나리오 -
50. 시나리오
"이건 좀 과장된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고 참고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일 전무의 이상한 낌새를 파악하고 제가 처음 추론했던 것은 이전무의 그런 행태가 이전무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따로 있을 것이란 거였습니다.
물론 오늘 장상무께서 밝혀낸 리베이트 의혹 건은 생각지도 못한 큰 수확이긴 한데, 이전무의 뒤에는 무언가 더 큰 어떤 것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한경 상무가 연수의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의 생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상일 전무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에 오기 전에 몸담았던 협력업체가 중국 내 자동차 전용 부품을 생산하는 태왕그룹의 한 계열회사인데, 이 태왕그룹의 본사가 사천성에 있고, 이 그룹의 각 계열사가 주로 포진해 있는 곳이 사천성의 성도와 여기 무석이나 예청 주변, 그리고 북경이나 천진 주변입니다.
그리고 부품을 납품하는 대상이 다 우리 기현자동차나 MH자동차 중국법인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중국 현지 자동차부품 회사로 성장을 하려면 중국 현지의 자동차 생산회사도 많고,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우리 MH그룹에만 납품을 하고있다는 것이..."
연수와 방부장, 박차장의 시선이 일제히 이한경 상무를 향했다
"그것뿐 만이 아닙니다.
제가 드린 협력업체 명단에 보면, 부품단가를 평균보다 많이 인상해준 협력업체들과 노사분규를 겪은 협력업체들이 있는데 이 업체들이 한결같이 이 태왕그룹 소속이라는 겁니다.
물론 노사분규로 인한 결과는 다 해당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단가 인상으로 귀결되었고, 이 노사분규 또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작의 냄새가 납니다. 단가인상을 노리고 명분을 가지기 위한 분규를 고의로 발생시켰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품단가 인상은 해마다 이어져 왔고, 이런 것들이 우리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제조단가에 영향을 미쳐,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경쟁력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이상일 전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저는 여기에 이전무를 중심으로 또는 그보다 더 큰 그림으로 어떤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어서 무엇인가 조직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겁니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큰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한경 상무의 말대로라면 누가 보아도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한경 상무의 지나친 기우일 수도, 피해망상일 수도 있었다
중국법인의 기획본부장으로서, 법인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런저런 문제점을 분석해 보고 원인을 캐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런 문제점들이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깊어져서 하지 않아도 되는 상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연수가 보기에도 이상일 전무의 행동과 배경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았다
만약 이한경 상무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이상일 전무의 뒤에 어떤 큰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면 이는 정말로 큰 문제였다
이상일 전무의 비위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를 인사조치하기도 쉽지않을 뿐만 아니라, 조치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그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 추론하기 쉽지 않았고, 이번 특별감사로 모든 문제를 다 밝혀내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연수나 이한경 상무의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수가 이한경 상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무님께서 우려하시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았습니다.
다만 지금 저를 비롯해 우리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우선은 상무님께서 많은 것을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기 무석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감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사천성으로 갈까 합니다.
거기서 그 태왕그룹이라는 곳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상무님께서는 예청에서 이상일 전무를 좀 더 예의주시해서 살펴봐 주시고 주변에 다른 문제들이나 증거들은 없는지, 정리해서 저희에게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수가 일단은 하고 있던 일들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자 이한경 상무도 연수의 뜻을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그러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여기 장상무님 팀의 인원이 세 명밖에 되지 않고, 활동도 많이 제약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데 내일 당장 이선 과장을 여기로 합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언어문제도 많이 도움이 될 터이고, 그 친구가 장상무님께 일을 잘 배워서 눈치도 빠르고, 일 처리도 깔끔하고 민첩해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사천성에 가시면 길도 낯 설을 텐데, 이선 과장이 컨택을 했던 조선족 동포들과의 면담이나 태왕그룹에 대한 접촉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생각같아서는 저도 같이 움직이며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저는 예청을 오랜 시간 비울 수가 없어서..."
연수는 이한경 상무의 제안이 고마웠다
연수와 방동혁 부장, 박수현 차장 이렇게 세 사람으로 팀을 꾸려 호기롭게 특감을 나오긴 했으나, 세 명이 감사를 진행하기에는 이제 일이 너무 커져 버렸고, 이상무가 얘기한 대로 지금은 이선 과장의 도움이 절실해졌기 때문이었다
태풍이 스쳐 지난 적막 속의 조용한 밤바다처럼, 창밖으로 태호의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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