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4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8/27 [01:01]

바람의 제국(4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8/27 [01:01]

▲     ©정완식

 

#중경삼림 음악 흐르고 

한 무리 늑대들 눈에 번뜩이는 핏빛 

자작나무숲 속 사이를 달리며 

호기롭게 무언가를 쫓고 있고 

쫓기는 건 외로운 왕관을 쓴 남자​

 

#왕족 주변엔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세력이 지천이고 

왕족이 가진 화려한 부귀영화는 

모두 다 공격의 표적이지만 

왕은 자만심에 들떠있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고 조직적인데 

왕족 주변에 충성 그룹은 있지만 

지리멸렬에 눈치꾼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닌 

병원을 배경으로 페이드아웃​

 

#왕은 두 눈을 뜬 채 말이 없고 

새 왕국은 핏빛으로 물들어 

혈안에 먹히는 자는 사라지고 

현실을 외면하는 곳에서는 

관객이 기다리는 반전은 없다​

 

- 시나리오 -

 ​

 

50. 시나리오 

 

"이건 좀 과장된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치부하고 참고만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일 전무의 이상한 낌새를 파악하고 제가 처음 추론했던 것은 이전무의 그런 행태가 이전무 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따로 있을 것이란 거였습니다.​

 

물론 오늘 장상무께서 밝혀낸 리베이트 의혹 건은 생각지도 못한 큰 수확이긴 한데, 이전무의 뒤에는 무언가 더 큰 어떤 것이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한경 상무가 연수의 질문에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의 생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상일 전무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에 오기 전에 몸담았던 협력업체가 중국 내 자동차 전용 부품을 생산하는 태왕그룹의 한 계열회사인데, 이 태왕그룹의 본사가 사천성에 있고, 이 그룹의 각 계열사가 주로 포진해 있는 곳이 사천성의 성도와 여기 무석이나 예청 주변, 그리고 북경이나 천진 주변입니다.​

 

그리고 부품을 납품하는 대상이 다 우리 기현자동차나 MH자동차 중국법인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중국 현지 자동차부품 회사로 성장을 하려면 중국 현지의 자동차 생산회사도 많고, 유럽이나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우리 MH그룹에만 납품을 하고있다는 것이..."​

 

연수와 방부장, 박차장의 시선이 일제히 이한경 상무를 향했다​

 

"그것뿐 만이 아닙니다.​

 

제가 드린 협력업체 명단에 보면, 부품단가를 평균보다 많이 인상해준 협력업체들과 노사분규를 겪은 협력업체들이 있는데 이 업체들이 한결같이 이 태왕그룹 소속이라는 겁니다.​

 

물론 노사분규로 인한 결과는 다 해당 협력업체에 대한 부품단가 인상으로 귀결되었고, 이 노사분규 또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작의 냄새가 납니다. 단가인상을 노리고 명분을 가지기 위한 분규를 고의로 발생시켰다는 것이지요.​

 

이런 부품단가 인상은 해마다 이어져 왔고, 이런 것들이 우리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의 제조단가에 영향을 미쳐,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경쟁력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이상일 전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저는 여기에 이전무를 중심으로 또는 그보다 더 큰 그림으로 어떤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어서 무엇인가 조직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겁니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큰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지요."​

 

이한경 상무의 말대로라면 누가 보아도 이상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한경 상무의 지나친 기우일 수도, 피해망상일 수도 있었다​

 

중국법인의 기획본부장으로서, 법인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런저런 문제점을 분석해 보고 원인을 캐다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이런 문제점들이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오고, 그러다 보니 생각이 깊어져서 하지 않아도 되는 상상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연수가 보기에도 이상일 전무의 행동과 배경에는 분명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았다​

 

만약 이한경 상무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이상일 전무의 뒤에 어떤 큰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는 것이라면 이는 정말로 큰 문제였다​

 

이상일 전무의 비위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를 인사조치하기도 쉽지않을 뿐만 아니라, 조치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드러난 상황만으로는 그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 추론하기 쉽지 않았고, 이번 특별감사로 모든 문제를 다 밝혀내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연수나 이한경 상무의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수가 이한경 상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무님께서 우려하시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았습니다.​

 

다만 지금 저를 비롯해 우리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우선은 상무님께서 많은 것을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기 무석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감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사천성으로 갈까 합니다.​

 

거기서 그 태왕그룹이라는 곳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상무님께서는 예청에서 이상일 전무를 좀 더 예의주시해서 살펴봐 주시고 주변에 다른 문제들이나 증거들은 없는지, 정리해서 저희에게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연수가 일단은 하고 있던 일들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자 이한경 상무도 연수의 뜻을 알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그러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여기 장상무님 팀의 인원이 세 명밖에 되지 않고, 활동도 많이 제약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데 내일 당장 이선 과장을 여기로 합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언어문제도 많이 도움이 될 터이고, 그 친구가 장상무님께 일을 잘 배워서 눈치도 빠르고, 일 처리도 깔끔하고 민첩해서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사천성에 가시면 길도 낯 설을 텐데, 이선 과장이 컨택을 했던 조선족 동포들과의 면담이나 태왕그룹에 대한 접촉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생각같아서는 저도 같이 움직이며 도움을 드리고 싶은데 저는 예청을 오랜 시간 비울 수가 없어서..."​

 

연수는 이한경 상무의 제안이 고마웠다​

 

연수와 방동혁 부장, 박수현 차장 이렇게 세 사람으로 팀을 꾸려 호기롭게 특감을 나오긴 했으나, 세 명이 감사를 진행하기에는 이제 일이 너무 커져 버렸고, 이상무가 얘기한 대로 지금은 이선 과장의 도움이 절실해졌기 때문이었다​

 

태풍이 스쳐 지난 적막 속의 조용한 밤바다처럼, 창밖으로 태호의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8/27 [10:46] 수정 삭제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궁금합니다~ 기대가 됩니다!! 오늘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