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님이는 지금 좋아죽는다. 날마다 속만 끓게하던 웬수덩어리 때문이다.
왜 웬수덩어리인가? 뭔 일이든 성에 차질 못하고 헛짓거리만 하고 다니니 그렇다. 이번에도 그랬다. 허구헌날 복님이는 제대로 된 생일을 챙겨 먹은 적이 없다. 얘들을 챙기느라 집안일 대소사를 챙기다보니 자기 생일조차 잊어먹기 쉽상이었다. 이때쯤이면 내 생일이 있었겠구나하고 체크해보면 생일날은 이미 제때되는 강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이번만은 이번만큼은 꼭 반드시 챙겨먹으리라 다짐해보는데 주구장창 헛발질이다. 웬수덩어리가 승진이란걸 했다. 직장생활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만년과장이었다. 입사동기들은 진작에 과장자리를 떨쳐버리고 차장,부장에 이사가 된 친구들도 있었다. 이제 웬수가 차지하고 있던 과장자리는 한참 후배가 나꿔채 가고 가장 늙은 차장자리가 그의 몫이 되었다. 암튼 그래도 승진했으니 좋았다. 과장보다는 차장의 월급이 더욱 푸짐한거 아닌가 말이다. 때가 때이니만큼 담주에 있을 복님이 생일에는 근사하게 외식도하고 특별선물도 있을 예정이다. 복님이 결혼하고 20주년이 되는 해이니 얼마나 특별한가? 이번엔 달랐다. 웬수덩어리도 복님이가 갖고 싶어할 선물을 고른다 하면서 복님이를 흥분시켰다. 평소에 지 아빠랑 죽이 잘 맞는 두 아들래미들도 이번만큼은 근사한 외식장소를 물색하느라 바쁘다. 녹색창에 맛집을 집어넣고 튀어 나오는 정보에 마음을 맞추느라 정신이 나갔다. 이렇게 예쁜 생일이 또 있을소냐? 이제 저녁시간에 맞춰서 웬수덩어리가 초인종만 눌러 주면된다. 시간이 지난다. 기대도 자란다.그리고 혹시라도 있을 불안감도 싹이 튼다. 훌쩍 시간이 지났다. 이번엔..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기대로 잔뜩 부풀었던 가슴에서 배고픈 소리가 들려올 때쯤에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띵동 띵동.." 순간 화색이 돈다. 복님이 얼굴과 두 아들래미들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리는 문을 향했다. 그야말로 웬수덩어리가 서 있었다. 술에 잔뜩 쩔었고 꼬질꼬질한 모양새하고는... 반쯤 풀린 눈동자는 헛것을 보았는지 피식거리며 웃기에 바쁘다. 복님이는 어이가 없었다. 홱 돌아서서는 안방 문을 닫고 돌아 누워버렸다. 잠시 후 방안으로 들어선 웬수덩어리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 쪼가리하나를 꺼내서 복님이 손에 쥐어주고 "생일선물!" 하더니 스러지고는 코를 골며 꿈나라로.. "에효,내가 무슨 복에.." 사실 잠이 들어 코를 곯고 있는 웬수덩어리는 착잡했다. 승진이라고는 했는데 만년과장보다 못한 연봉이라는 현실을 알고나니 맨 정신으로 식구들을 볼 수가 없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난 그 날이 지나고 3일 후 복님이는 생일날 못 다한 한을 풀 수가 있었다. 선물로 쥐어준 로또복권이 3등에 당첨되어 거금 3백만원을 타게 된거다.
ㅎㅎ 만년과장의 설움을 날리는 홈런 한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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