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4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8/06 [01:01]

바람의 제국(4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8/06 [01:01]

 

무심한 시간을 붙들고 싶었지만 

지친 몸이 먼저 과거와 타협 하고 

메마른 영혼은 마음을 내주지 않은 채 

지나간 연민 속에 머물러 있네​

 

오는 세월에 맞서는 건 

현재를 버텨내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 

버티는 꼭 그만큼 

몸이 고달프다 비명 지르고​

 

어느새 지친 사지 구석구석에 

주름만 늘어 투정하는 육신은 

무궤도로 달리는 거침없는 자전운동에 

결국, 무릎을 내어 주다​

 

- 저항 - 

 

44. 저항 

 

“네. 고맙습니다. 갑자기 공문을 보내드려서 놀랐을 텐데 요즘 중국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저희 기획조정본부에서도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급한 일정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런 급박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짧은 시간 안에 끝내서 가능하면 폐를 덜 끼치도록 노력할 테니 법인장님께서도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아 참, 여기 주재원들이나 간부들의 명단과 조직도는 이미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 주지 않으셔도 되고 필요한 사항은 저희가 직접 담당자들에게 연락해서  협조받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법인장님께서는 저희의 협조 요청에 각 부서장이나 부서원들이 잘 응해주도록 얘기만 해놓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연수는 김기훈 상무가 가능한 이번 감사에 관여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후에 그와 다시 면담하기 위해서 일단은 이렇게라도 김기훈 상무의 간섭을 줄이려 했다​

 

그런 연수의 의도를 모를리 없는 김상무가 호쾌하게 웃으며 짐짓 여유있는 척을 한다​

 

“그럼요. 

당연히 그건 제가 도와드려야지요. 

그러실 줄 알고 이미 부서장들에게 그리 일러 놨습니다.”​

 

생각보다 김상무는 노련했다​

 

이미 부서장들을 소집해 감사에 대비하게 하고 주의사항들을 다 전달했다는 뜻이었다​

 

김상무는 연수가 따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서랍에서 미리 준비한 협력업체 현황자료를 나눠주고는 간단하게 화성전기 중국법인 현황에 대하여 설명을 하겠다며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협력업체 부서장들이 수감에 불리한 파일과 자료들을 치우고 삭제할 시간을 충분히 벌기 위해 티타임과 현황소개를 빙자하여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만큼 시간을 지체시킨 다음에야, 김상무는 연수와 박수현 차장을 데리고 1층의 비어있는 한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은 사무실 건물 입구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끝방이었고 거기에는 커피포트와 일회용 믹스커피 및 녹차 등이 몇 개 올려져 있는 작은 테이블 한 개가 회의실 입구 쪽에 놓여 있었고,​

 

가운데에는 타원형의 기다란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을 연결해 쓸 수 있는 전원 케이블과 인터넷 잭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연수가 미리 협력업체에 보낸 협조 요청 사항은 맞추어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 감사를 방해하고 감사팀의 동선을 살펴보겠다는 뜻이 담기어져 있는 것임을 연수는 단박에 눈치챘다​

 

연수는 이를 짐짓 모르는 척하며, 김상무에게 감사를 표하고 회의실 문밖으로 김상무를 배웅하러 따라 나왔는데 이때 마침 방동혁 부장이 건물 입구를 막 들어서며 연수와 눈이 마주쳤다​

 

방동혁 부장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혹여 방부장을 구매부 현장 사무실로 보내 현장의 구매일지와 재고 대장을 저들이 치우기 전에, 먼저 확보하려던 전략이 차질을 빚을까 봐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던 연수는 짧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방부장에게 손짓을 해 그들이 있는 쪽으로 오게 해서 김기훈 상무에게 인사를 하도록 했다​

 

“이쪽은 우리 특별감사팀 일행 중의 한 명인 방동혁 부장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물류 동선이나 레이아웃, 부품 재고 등을 먼저 살펴보려고 공장동을 둘러보고 이제야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김기훈 상무는 방동혁 부장이 혼자서 공장동을 먼저 둘러보고 왔다는 말이 연수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조금 전까지의 여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당황하였던지 방부장과 악수하는 것도 잊은 채 연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서둘러 자신의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향했다​

 

그 후로 특별감사는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연수는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자마자 전날 일행들과 짜놓은 전략대로 협력업체 구매부장을 먼저 불러 날짜별로 작성된 품목별 구매리스트와 입고 및 출고 대장, 재고 대장을 확보했고 이로써 방동혁 부장이 현장에서 확보한 대장들과 대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현장에서 확보한 대장과 협력업체 구매부장이 공식적으로 건네준 대장은 서로 차이가 났다​

 

구매 품목별로 또는 일자별로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에 이르기까지 현장의 실제 대장과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김기훈 상무가 한국에서 데리고 온 주재원들은 콘트롤을 할 수가 있어도, 현장에서 일하는 중국 직원들에게 가짜 대장을 만들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괴리에서 드러난 것이었다​

 

이제 남은건 김기훈 상무가 허위로 만들어진 이중장부를 인정하느냐와 이중장부를 만들었다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실토하는 일만 남았다​

 

연수와 기현팀 일행은 김기훈 상무와의 면담은 일단 보류하고, 회의실을 대강 정리한 다음 한 블럭 떨어진 두 번째 감사대상 협력업체로 발길을 향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8/13 [10:58] 수정 삭제  
  너무 재미있습니다 ~~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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