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42)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8/03 [01:01]

바람의 제국(42)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8/03 [01:01]

 

▲     ©정완식

 

물은 아래로 내리고 

수증기는 위로 오르니 

오르내림은 같은 것이라는 소피스트​

 

인간을 능멸하는 에이아이의 

열 수를 앞서가는 수 싸움은 

학습과 조작이 공존하는 공간​

 

숨는 자와 숨기는 자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바꾸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추격자와 도망자의 눈치에 

​술래와 숨바꼭질하는 

스파이전 같은 게임​

 

- 특별감사(特別監査) - 

 

43. 첫 특감 

 

다소 걱정이 앞선 연수는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룸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실내 정리를 하고 서류 가방과 노트북을 챙겨 서둘러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직장생활 경험이 근 삼십 년에 가까워 쌓인 경험과 노하우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으련만, 감사일은 처음이다 보니, 그것도 연수가 이끌어 가고 있는 특별감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방동혁 부장과 박수현 차장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이어 로비로 내려오자 세 사람은 미리 안내 데스크에 부탁해 놓은 호출택시를 확인하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태호에서 막 잠을 깬 새벽안개만이 호텔 주변을 서성이며 스멀거리고 있었다​

 

세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며 택시를 찾고 있는데 마침 안개를 헤치며 초록의 택시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호텔 현관 앞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연수 일행이 호출한 택시였다​

 

벨보이 직원이 얼른 택시로 다가가 문을 열어주고 세 사람은 열린 트렁크에 어깨에 메고 있거나 손에 든 짐을 집어넣고 택시에 올라탔다​

 

첫 감사가 이뤄지는 협력업체는 지난 금요일 연수가 두 번째로 면담을 했던 조선족 통역원이 다니고 있는, 와이어하네스를 납품하는 "화성전기"라는 회사의 중국법인이었다​

 

첫 면담자로부터는 그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속에 저장된 증거 파일을 이미 넘겨받은 터라 좀 여유가 있었지만, 그 헤드라이트 어셈블리를 납품하는 업체의 바로 인근에 와이어하네스 납품업체인 화성전기가 있었던 관계로 감사 정보가 그 회사로 넘어가면 감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 화성전기를  먼저 감사하기로 한 것이다​

 

택시 기사는 희끗희끗한 안개가 앞 유리로 달려들어 선명치 않은 시야에도 불구하고, 마치 눈을 감고 운전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듯이 제법 빠른 속도로 태호를 끼고 있는 호젓한 도로를 달려 곧 4차선 국도로 진입했다​

 

지난 금요일 호텔로 오면서 보았던 기다란 녹차 밭이 보이고, 다시 한참을 달리다 국도를 빠져나오니 고만고만한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대규모 공업지구가 나왔다​

 

첫 방문업체는 공업지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중심도로에 접해 있었고, 오후에 방문할 두 번째 방문업체와는 단지 한 블록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택시가 업체 정문 앞에 멈추고 세 사람은 차근차근 짐을 챙겨 들고 경비실로 향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삼십여 대와 낡은 자동차 두 대가 주차되어있는 주차장 옆에 붙어 있는 경비실로 가서 방문록을 작성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2층짜리 건물이 오른편에 보이고 그 앞에 승용차가 몇 대 주차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사무실로 보였고, 정면과 좌측으로는 제법 길고 높은 공장 건물동이 보였다​

 

연수와 박수현 차장이 사무실 건물로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향하고, 방동혁 부장은 연수가 손으로 가리킨 캐노피 아래 파레트가 몇 개 수직으로 쌓여 있는 좌측의 공장동으로 혼자서 곧장 성큼성큼 걸어갔다​

 

부품을 상차하거나 하차할 때 쓰이는 플라스틱 파레트와 부품을 내리거나 실을 때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두 개의 캐노피는 그곳이 부품 입고와 출고를 하는 창고 겸, 상하차장이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 수 있었다​

 

연수와 박수현 차장은 사무실 건물로 들어가 곧장 협력업체 법인장실을 찾아갔다​

 

경비실로부터 MH그룹 한국 본사로부터 특별감사를 나온 사람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협력업체 법인장이 연수 일행을 맞으려고 막 사무실을 나오다가 연수 일행을 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저는 이곳 화성전기 중국법인장 김기훈 상무라고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룹감사실에서 나온 장연수 상무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박수현 차장이고 다른 일행 한 명은 헌장을 한 번 둘러보고 이곳 사무실 쪽으로 합류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보낸 협조공문을 보셨겠지만, 저희 그룹 차원의 긴급점검이 필요해 이렇게 저희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업무로 바쁘실텐데, 저희가 번거롭게 해드리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만 모쪼록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렴요. 당연히 저희가 협조해드려야지요. 

우선은 제 사무실로 가서 차 한 잔 드시면서 얘기를 나누시지요.”​

 

김기훈 법인장이 앞장서고 연수 일행이 뒤따라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 회색 천으로 된 사무용 소파에 앉자마자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비서가 차를 테이블에 놓고 나갔다​

 

“차부터 드시지요. 

그룹에서 협조 요청 공문이 지난주 금요일에 도착해서 갑자기 무슨 일인가? 궁금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협력업체 법인장 몇 명과 통화를 해보니 공문을 받은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더군요.​

 

근데 공문을 받은 곳은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이라도 분규나 납품 차질이 있었던 곳이어서 그에 관련된 일로 감사를 나오시는구나 짐작만 하고 있었습니다.​

 

공문에서 요청한 감사 공간은 움직이기 편하시도록 1층에 있는 회의실  하나를 비워놓았으니 차를 드신 후에 천천히 가서 보시지요.”​

 

연수가 예상한 대로 협력업체의 법인장들 간에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통화 몇 번으로 이번 감사대상이 문제가 있는 협력업체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냈다면 이미 그것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놓았을 것이라고 연수는 짐작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8/13 [10:33] 수정 삭제  
  장연수상무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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