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3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7/23 [01:01]

바람의 제국(39)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7/23 [01:01]

▲     ©정완식

 

천둥 번개를 장착한 저기압이 

건기의 장기집권에 대들 준비를 마친 듯 

날카로운 비명 내지르며​ 쏟아붓는 총력에 

태양이 움찔하며 뒷걸음치고 

 

역습 찬스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시치미 떼던 먹구름이 나서 

굉음으로 현혹하고 

위장막에 가린 뒷손 잡으니 

 

태양은 알아야 했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시간의 문제임을, 

사도邪徒와의 은밀한 거래와 

죄를 덮고 증거를 인멸하는 검은 손길을,​

 

- 리베이트(rebate) -

  

 

40. 리베이트(Rebate) 

 

연수와 가볍게 악수를 나눈 첫 면담자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어셈블리를 공급하고 있는 협력업체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며 통역을 겸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길림성 장춘에서 왔는데 이선 과장과는 흑룡강대학교 후배라고 했고, 오늘 연수와의 면담을 위해 상사에게는 반차 휴가를 쓰고 주말을 이용해서 친구와 상해로 여행을 간다며 둘러댔다고 했다​

 

그런 그가 고마워서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연수는 서류 가방에서 면담지 양식과 펜을 꺼내 그에게 자신의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게 하고 작성된 모든 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겠다며 약조를 하고 그를 안심시켰다​

 

이런 면담은 상대방의 진술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이어야 해서 최대한 그를 마음 편하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답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면담 질문은 그가 수행하고 있는 생산관리 업무 중 재고관리부터 시작해서 부서 전체의 업무와 그가 생각하는 문제점, 이상하다고 느낀 점, 그리고 기현자동차 중국법인과의 관계 및 그의 생각과 의견 등을 차례대로 하나하나 심층 면접을 하듯이 깊숙하게 파고들었고, 연수는 그의 대답을 빠르고 꼼꼼하게 면담지에 기록했다​

 

놀랍게도 첫 면담자인 그의 진술에서 나온 내용은 회사의 횡령 의혹과 리베이트 문제였다​

 

그의 회사도 일부 부품은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수입 절차를 거쳐 들어오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의 부품은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근의 중국업체로부터 조달을 받고 있는데,​

 

재고관리를 하는 그가 실제 중국업체로부터 수령해서 장부에 기록하는 물량과 매입장부에 공식적으로 기재하는 물량이 항상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장부가 두 개라는 건데, 그 매입 장부는 자신의 부서장이 기록하고 부서장의 책상 서랍에 시건장치를 해놓고 관리해서 처음엔 몰랐는데 우연한 기회에 부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사무실에 갔다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그 매입 장부를 보게 됐고, 좀 이상하다고 느낀 그가 핸드폰으로 그 중의 일부를 촬영까지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촬영한 그 매입 장부의 일부와 해당 날짜에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재고관리 장부를 촬영한 사진을 연수에게 비교해서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여서 이해하기 쉽도록 해주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장부를 사용한다는 건 연수가 그동안 경험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매입비를 속여 과다계상하고 상대방 업체에 그만큼의 돈을 더 송금해준다는 것이었다​

 

리베이트는 거래 당사자 간에 지급한 상품의 대가 일부를 다시 그 지급한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뜻하는데, 상거래에서 오랫동안 인정되어온 일종의 거래 관행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국가는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경우,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무기나 석유류 거래 및 대규모 건설공사의 경우 그 규모도 20퍼센트 정도 되기도 한다​

 

그러나 MH그룹과 협력업체 간의 거래는 부품단가가 곧 자동차 가격이라고 할 만큼 부품가격이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협력업체도 MH그룹과 처음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엄수를 하겠다는 것을 확인하고, 쌍방의 계약서 안에도 명기를 해서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었다​

 

첫 면담자가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의 경우는 우리 협력업체가 일종의 '갑'인데 그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을'인 중국업체에 부품값을 더 높게 쳐 준다는 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업체에 잘 보이기 위해 선심성 지원을 해주거나, 아니면 그렇게  중국업체에 추가로 보내진 돈을 다시 우리 협력업체가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거나,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리베이트를 받는다면 그 협력업체 부서장 개인의 비리인지 아니면 협력회사의 경영진이 저지르고 있는 비리인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연수는 그 사진들을 이선 과장의 핸드폰으로 전송해 주도록 부탁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벌써 4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면담해야 할 두 번째 대상자와는 앞 사람과의 시간을 고려해서 4시 반에 약속을 잡았는데,​

 

첫 면담자와는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주어야 나중에 서로 인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는 첫 면담자와는 면담을 마무리해야 했다​

 

연수는 그에게 자신이 작성한 면담지를 보여주고 본인이 진술한 내용과 맞는지를 확인하게 하고, 면담을 서둘러 끝낸 다음 서로 간에 인사를 교환한 뒤 헤어졌다​

 

이선 과장은 비지니스실 바깥까지 나가 첫 면담자를 배웅하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다시 안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면담자는 차량의 전장 장치를 서로 연결해 주는 와이어하네스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구매부에서 근무한다고 했는데, 그와의 면담 역시 첫 면담자와 비슷한 양태로 면담이 진행되었고 문제점으로 드러난 내용도 닮아있었다​

 

거기에서도 횡령과 리베이트라 볼 수 있는 의혹이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와이어하네스의 단가가 높다 보니 횡령과 리베이트라 의심되는 규모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거였고, 별도의 증거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면담자와 면담이 끝나자, 시간은 이한경 상무와 저녁 약속을 한 여섯 시까지 이십여 분 남짓 남아 있었다​

 

약속장소는 호텔에서 가까운 건물 2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 누워있는 태호가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환히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잡고 연수는 이선 과장과 마주 앉았고, 이한경 상무는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찾아 왔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7/27 [09:43] 수정 삭제  
  다음 회차 기대하며, 오늘도 즐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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