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번개를 장착한 저기압이 건기의 장기집권에 대들 준비를 마친 듯 날카로운 비명 내지르며 쏟아붓는 총력에 태양이 움찔하며 뒷걸음치고
역습 찬스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시치미 떼던 먹구름이 나서 굉음으로 현혹하고 위장막에 가린 뒷손 잡으니
태양은 알아야 했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시간의 문제임을, 사도邪徒와의 은밀한 거래와 죄를 덮고 증거를 인멸하는 검은 손길을,
- 리베이트(rebate) -
40. 리베이트(Rebate)
연수와 가볍게 악수를 나눈 첫 면담자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어셈블리를 공급하고 있는 협력업체에서 생산관리를 담당하며 통역을 겸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였다
그는 길림성 장춘에서 왔는데 이선 과장과는 흑룡강대학교 후배라고 했고, 오늘 연수와의 면담을 위해 상사에게는 반차 휴가를 쓰고 주말을 이용해서 친구와 상해로 여행을 간다며 둘러댔다고 했다
그런 그가 고마워서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연수는 서류 가방에서 면담지 양식과 펜을 꺼내 그에게 자신의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게 하고 작성된 모든 내용은 철저히 비밀을 지켜주겠다며 약조를 하고 그를 안심시켰다
이런 면담은 상대방의 진술이 객관적이고 사실적이어야 해서 최대한 그를 마음 편하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답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면담 질문은 그가 수행하고 있는 생산관리 업무 중 재고관리부터 시작해서 부서 전체의 업무와 그가 생각하는 문제점, 이상하다고 느낀 점, 그리고 기현자동차 중국법인과의 관계 및 그의 생각과 의견 등을 차례대로 하나하나 심층 면접을 하듯이 깊숙하게 파고들었고, 연수는 그의 대답을 빠르고 꼼꼼하게 면담지에 기록했다
놀랍게도 첫 면담자인 그의 진술에서 나온 내용은 회사의 횡령 의혹과 리베이트 문제였다
그의 회사도 일부 부품은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 수입 절차를 거쳐 들어오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의 부품은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근의 중국업체로부터 조달을 받고 있는데,
재고관리를 하는 그가 실제 중국업체로부터 수령해서 장부에 기록하는 물량과 매입장부에 공식적으로 기재하는 물량이 항상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장부가 두 개라는 건데, 그 매입 장부는 자신의 부서장이 기록하고 부서장의 책상 서랍에 시건장치를 해놓고 관리해서 처음엔 몰랐는데 우연한 기회에 부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사무실에 갔다가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그 매입 장부를 보게 됐고, 좀 이상하다고 느낀 그가 핸드폰으로 그 중의 일부를 촬영까지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촬영한 그 매입 장부의 일부와 해당 날짜에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재고관리 장부를 촬영한 사진을 연수에게 비교해서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여서 이해하기 쉽도록 해주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장부를 사용한다는 건 연수가 그동안 경험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매입비를 속여 과다계상하고 상대방 업체에 그만큼의 돈을 더 송금해준다는 것이었다
리베이트는 거래 당사자 간에 지급한 상품의 대가 일부를 다시 그 지급한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뜻하는데, 상거래에서 오랫동안 인정되어온 일종의 거래 관행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국가는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을 경우,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무기나 석유류 거래 및 대규모 건설공사의 경우 그 규모도 20퍼센트 정도 되기도 한다
그러나 MH그룹과 협력업체 간의 거래는 부품단가가 곧 자동차 가격이라고 할 만큼 부품가격이 제조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
협력업체도 MH그룹과 처음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엄수를 하겠다는 것을 확인하고, 쌍방의 계약서 안에도 명기를 해서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있었다
첫 면담자가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의 경우는 우리 협력업체가 일종의 '갑'인데 그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을'인 중국업체에 부품값을 더 높게 쳐 준다는 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업체에 잘 보이기 위해 선심성 지원을 해주거나, 아니면 그렇게 중국업체에 추가로 보내진 돈을 다시 우리 협력업체가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거나, 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리베이트를 받는다면 그 협력업체 부서장 개인의 비리인지 아니면 협력회사의 경영진이 저지르고 있는 비리인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었다
연수는 그 사진들을 이선 과장의 핸드폰으로 전송해 주도록 부탁하고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벌써 4시를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면담해야 할 두 번째 대상자와는 앞 사람과의 시간을 고려해서 4시 반에 약속을 잡았는데,
첫 면담자와는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주어야 나중에 서로 인지하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가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제는 첫 면담자와는 면담을 마무리해야 했다
연수는 그에게 자신이 작성한 면담지를 보여주고 본인이 진술한 내용과 맞는지를 확인하게 하고, 면담을 서둘러 끝낸 다음 서로 간에 인사를 교환한 뒤 헤어졌다
이선 과장은 비지니스실 바깥까지 나가 첫 면담자를 배웅하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고 다시 안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면담자는 차량의 전장 장치를 서로 연결해 주는 와이어하네스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구매부에서 근무한다고 했는데, 그와의 면담 역시 첫 면담자와 비슷한 양태로 면담이 진행되었고 문제점으로 드러난 내용도 닮아있었다
거기에서도 횡령과 리베이트라 볼 수 있는 의혹이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와이어하네스의 단가가 높다 보니 횡령과 리베이트라 의심되는 규모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거였고, 별도의 증거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면담자와 면담이 끝나자, 시간은 이한경 상무와 저녁 약속을 한 여섯 시까지 이십여 분 남짓 남아 있었다
약속장소는 호텔에서 가까운 건물 2층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 누워있는 태호가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환히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잡고 연수는 이선 과장과 마주 앉았고, 이한경 상무는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레스토랑으로 찾아 왔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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