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순구네 그믐달 / 이봉일

시 감평

박선해 | 기사입력 2021/04/06 [07:28]

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순구네 그믐달 / 이봉일

시 감평

박선해 | 입력 : 2021/04/06 [07:28]

                     

 

 순구네 그믐달 / 이봉일

 

소학교 댕기는 순구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동네에 살고 있다

 

13번 버스 종점보다 한창 높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고

가장 늦게 달과 별이 지는 곳

사람들은 산동네라고 부른다

순구네 아빠가 산동네 오시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오실 때 계란 한 판을 들고 오셨다

지방 어딘가에서 양계장 일을 하셨단다

 

순구네 아침상에 달이 떴다

달이 두 개나 떠서 산동네가 환하다

아빠가 오시게 되면

순구네 집에서는 그믐밤에도 달이 떴다

밥상에 둥둥 달이 뜨니 세상이 훤하다

한 달에 두 번씩 오는 순구 아빠는

어느 해부터 오시지 않았다

산동네에서는 다시는 달이 뜨지 않는다

 

전라도 어느 산골 순구 아빠, 누워 계신다

 

 이봉일 프로필

현대시선 시 부문 등단

신정문학 수필 부문 둥단

현대해상 화재 근무

현대시선 영상시 문학상 대상 수상

김해일보 영상시 신춘문예 최우수상 수상

 

시감평 / 시인 박선해

서울 달동네의 이야기련만 시절을 넘나서 사연은 흐른다. 살림을 모으려 들어왔거나 고된 노동의 삶으로 살거나 온순치 못한 대부분의 생애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찌 말로 탓을 이룰 것인가! 꼭 이곳만은 아니지만 엄마들이 대부분 식당을 다니거나 번화가 유흥업소를 다니다가 집을 나가기도 한다. 아빠마저 공사판에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은건 일반적인 어떤 생애다. 산동네에서 먼 길을 걸어  학교를 다니던 일은 당시의 일반적인 등하교 생활이다. 그 등굣길을 오가며 고난을 딯고 일어선 훌륭한 생애들도 있을 것이고 그 산동네의 고전을 평생 면치 못하는 생활의 굴레도 다양한 인생길이 어딘가 흐를 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짐은 그러나 가장 깨끗하고 무색투명한 소줏잔에서 잔영처럼 일렁이며 그걸 시름으로 이름 하여 띄우고는 다시 가슴으로 흘려 내린다엉성한 한 생애가 온 몸속을 훑고 지나가지만 지워지지는 않는다그 아빠가 순구네 아빠다. 집을 떠나면 집을 비우고 나가야만 이 생애에 다른 생애를 갖게 하고자 했던 그 기대가 어리석다 해도 최선의 선택에서 애달픈 인생길이었다. 가족이 흩어지리라는 생각은 애초나 사는 동안이나 있었겠냐만 현실은 혹하다. 어느 도시로 나아가 성장하여 사회에 초스피드 인생에 띄어들어 합류한 도시인이 되어 있을 순구아빠가 다하지 못한 생애의 아리움속으로 한편의 시가 위로의 달로 다시 떠오르기를 희망한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