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왼손 가위 / 박헌규

시 감평

박선해 | 기사입력 2021/03/23 [11:47]

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왼손 가위 / 박헌규

시 감평

박선해 | 입력 : 2021/03/23 [11:47]

                         

 

왼손 가위 / 박헌규

 

오지 않는 주인 기다리며,

입을 굳게 닫은 왼손가위

십 원을 벌더라도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쳐주신 그 분

 

고집스러웠지만

솜씨는 최고셨는데

언제나 외로운 혼자 반대편에 서서

나의 복수가

단수를 이루어 힘을 다해 한 걸음씩

신중히 직선과 곡선을 넘나들던

그 긴 세월

 

무뎌진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그 눈빛

아꼈던

따뜻한 말 한마디 생각하며

영원히

정지된 시간.

 

♤박헌규 프로필♤

서울거주. 의류업 40년 종사

글쓰는 문학동아리 활동

신정문학 시 부문 등단

 

♧시 감평 / 시인 박선해♧

왼손으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쓰기만 해도 한대 쥐어박히거나 잔소리를 한바가지 쯤 들었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오른손만이 적자의 대접을 받고 있을때 왼손은 서자로도 취급을 받지 못했었다. 하물며 왼손 가위라니 '오지않는 주인' '입을 굳게 닫은 왼손 가위'는 아마도 특별히 주문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미래의 주인을 기다리며  선주문하거나 제작을 한듯 하다. 오른손 잡이가 갑으로 인정 받을때 을로 살아야 했던 왼손잡이에게 가위라니 언강생심이런가. 이땅의 왼손잡이들이여! 그대들을 기다리는 왼손 만을 위한 귀인이 존재하니 지례 포기하지 마시고 찾아 보시라. 지금은 오지않는 주인을 기다리지만 언젠가 번쩍이는 양날의 입을 크게 벌리며 열 일 할 날이 있으리라. 매끄러운 천의 결을 따라 쭉쭉 뻗어가던 가위도 쉬는 시간이 다가오면 천의 살결들이 한차례 전투를 치룬듯이 몸 안 가득 지친 모습으로 잠들것이다. 희미한 백열등 아래에서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손가락에 피멍이 들어가고 굳은 살이 손안 가득 배어난 나날들은 좁은 공간에서 날갯짓하는 먼지들과 사투를 벌이며 만들어진 옷 한 벌의 흐뭇한 주인, 미소를 함께 담고 있음을 상상한다. 멋진 날에 멋진 모습으로 손님의 모습을 한층 빛내어 줄 옷은 거울 앞에서는 빛을 발휘한다. 시인의 가위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 직선과 곡선을 넘나들며 세월에 흔적을 세기고 있다. 젊은 세월을 함께 보낸 가위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담겨진 시 한편에 마음도 잠시 정지된 시간으로 울렁인다. 곧 긴 숨을 들이쉰다. 간단히 읽으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 시라고 희미함으로 스칠뻔한 시일 수 있겠다. 서너번을 읽고 나니 정직한 삶의 지표가 세월속에 한줄의 이력으로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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