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간 골프채 선물했다가 수사받은 사연

김덕만 | 기사입력 2021/01/06 [20:03]

서울대 의대 교수간 골프채 선물했다가 수사받은 사연

김덕만 | 입력 : 2021/01/06 [20:03]

김덕만박사(정치학)/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교수

 

서울대 의대 교수간 골프채 선물했다가 수사받은 사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년 퇴임을 앞둔 선배 교수에게 초고가의 골프채를 선물했다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은 사건을 소개합니다.

 

서울대병원은 국가의 재정으로 설립된 국립병원으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 병원입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당연히 청탁금지법을 준수해야 합니다. 선배교수와 후배교수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있습니다. 선배교수가 후배교수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근무실적을 평가해 승진 및 보직인사에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들은 원칙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안됩니다. 그럼 골프채 수수 배경과 법정 시시비비를 알아볼까요.

 

△금품수수 배경

서울대병원 의사 A 씨는 퇴직을 앞둔 2016년 12월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보라매병원의 같은 과 후배 교수 17명에게 퇴임 선물을 받았습니다. 7백30만원 상당의 일본산 골프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 1개입니다. 17명이 70만원씩 모은 돈으로 샀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생각할 땐 상당히 비싼 골프채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서울대병원 내부 관계자가 청탁금지법 운영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없이 한 번에 1백만 원 넘는 선물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1백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때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 줬다면 2~5배에 이르는 과태료가 재판을 통해 부과됩니다. 관할 종로구 혜화경찰서 조사에서 의사들은 퇴직 선물을 주는 일이 오랜 전통이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 씨를 포함해 의사 1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달라는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습니다.

 

△수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로부터 받은 전직교수 A씨와 후배 교수 17명을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에 이 사건을 부친 결과 위원 다수가 △정년 퇴임을 두 달 앞둔 교수에게 관행에 따라 퇴임 기념 선물로 준 점 △선물 가액을 전부 반환한 점 △30년 동안 병원에서 재직하다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수한 점 등을 고려해 달라고 의견을 권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권고 내용을 토대로 "골프채를 받은 전직교수는 물론 후배 교수 17명도 1백만원 이상의 금품을 건네기로 공모한 만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상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합니다.

 

△기소유예 의견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낀 점은 청탁금지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형사처벌할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청탁금지법 위반 예외사유 중 법률용어로 자주 등장하는 ‘사회상규’란 표현이 있습니다. 사회상규란 사회통념·사회윤리·상식(common sense) 등으로 해석됩니다. 이 사건도 검찰시민위원회가 광의의 사회상규로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사회상규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받으려면 법원 재판까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연·혈연·학연, 그리고 직장연고로 연계된 한국적 온정주의·연고주의 공직문화에서는 차후에도 이같이 직무관련자간 금품수수 사건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청탁금지법 상 사회상규의 개념을 이해하는 판례가 많이 쌓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이다 보니 법해석 판단기준이 매우 느슨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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