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지음, 2020) / 차용국

차용국 | 기사입력 2020/12/12 [21:01]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지음, 2020) / 차용국

차용국 | 입력 : 2020/12/12 [21:01]

▲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지음, 2020) / 차용국  © 강원경제신문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이재갑, 강양구 지음, 2020)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 최악의 보건위기''라고 말했다(5쪽). 일 년이 넘도록 코로나19에 시달리며 롤러코스트처럼 오르내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쳐가고 있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사변이나 이론이 아니라 현장이고 경험이다. 이런 맥락에서 코르나19 방역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이야기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19 방역의 현장에서 활동한 이재갑 박사와 강양구 기자가 체험한 기록이다. 이 책은 1부에서 코로나19와 함께한 100일 간의 기록을 정리하고, 2부와 3부에서는 바이러스와 시스템(2부), 그리고 바이러스와 사회(3부)란 주제로 이재갑 박사와 강양구 기자의 대담 내용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1부 100일 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WHO에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보고하면서 국내 언론 보도가 시작되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민간감염병전문가 자문회의'가 열린 때는 2020년 1월 10일 오전 여덟 시였다. 회의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먼저 질본에 확인을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확인된 정보 외에 우리가 쥐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17쪽). 하지만 정보가 없었다. 겨우 중국 언론에서 발표한 수준일 뿐이었다. 중국으로부터 제공 받은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초기 대응의 성패는 정보인데 중국 정부가 그것을 무시 또는 은폐한 책임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9년 12월 17일, 질본의 '원인 불명 감염병 진단 분석 태스크포스'가 중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 국내에 유입된다고 가정한 시나리오를 놓고 도상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었고, 이 훈련을 통해 '판코로나 검사법'의 개발을 시작한 것이었다. 2020년 1월 19일 우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중국인 한 명이 인천공항 검역 과정에서 의심 환자로 분류되었다. 그를 상대로 판코로나 검사법을 적용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20쪽). 첫 번째 확진자였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염병 대비에 관한 연구와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월 27일, 감염병 위기 경보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올라갔다(24쪽). 이날 서울역 안쪽 회의실에서 이후 소위 'K-방역'의 특징으로 칭송받을 만한 대량 검사의 물꼬가 트였다. 질본,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검사정도관리협회와 씨젠, 코젠바이오텍 같은 민간 진단키드 제조기업 관계자가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질본은 민간기업에게 진단키드 지침을 제시하면서 대량생산을 요청했다(25쪽). 질본을 비롯한 한국 방역 당국이 검사 권한을 정부기관으로 제한하지 않고, 자체 검사 역량을 갖춘 일선 의료기관도 검사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선택한 것도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민간기업이 대량 생산한 진단키트를 사용해 정부기관과 의료기관이 분담해서 검사함으로써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대량 검사가 가능했다. 이는 한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었다(26쪽). 전염병 방역 대책은 민관 총력 체제이며, 민관의 적시적 협업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사례라 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월 4일 0시부터 지난 2주 안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30쪽). 이와 관련하여 중국인 입국 금지 시기의 적정성 논쟁이 문제가 되었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논쟁거리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깊은 숙고가 필요할 듯하다. 우야든동 코로나19가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었다. 광주에서 16번 환자가 발생했다. 광주21세기병원장은 16번 환자가 중국이 아닌 태국에 다녀왔지만 호흡기 증상과 발열이 동반된 폐렴이 진단되자 바로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였고 검사 차 인근 보건소에 보냈지만, 보건소는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병원장은 그런데도 의심을 떨칠 수 없어 모녀를 2인실에 격리해서 다른 환자나 보호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그런 기민한 조치가 이 병원이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았다(35쪽). 감영병과의 전쟁에는 무엇보다도 현장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월 18일에 31번 환자가 발생했다. 대구-경북의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다(41쪽). 청도대남병원에서만 10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의 빠른 선별과 조치를 위해서 선별진료소 설치가 시급했고, 대량으로 발생하는 환자를 격리할 병동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치료센터가 긴요했다. 선별진료소는 민간에서 먼저 시작했다. 2월 23일, 칠곡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문을 열었다(47쪽).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서 경증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 조치하고, 중증 환자는 병원으로 입원시켜 집중 치료를 하는 세계 최초의 접근법이 탄생했다(48쪽). 방역 당국은 3월 1일 환자의 중증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경증, 중등도, 중증, 최중증' 네 단계로 분류하고서, 중증도 이상의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이나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입원 치료하고, 경증 환자는 국가 운영 시설 또는 숙박 시설을 활용한 지역별 생활치료센터에서 관리하는 안을 발표했다(58쪽). 소위 'K-방역'이라 부르는 한국의 방역시스템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 민간 전문가와 정부의 아이디어와 협업으로 등장한 것이다. 긴급 재난 상황에서 민관 전문가의 소통과 적기 시행의 긴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코로나19의 전파로 새롭게 등장하여 익숙해진 말이 '사회적 거리 두기'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의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는 일은 바이러스의 숙주(사람)와 숙주(사람)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는 일이다(54쪽).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행동 백신인 셈이다. 우선 방역 당국이 나서기 전부터 대구ㅡ경북을 시작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했다. 서울시는 3윌 2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는 행정 명령으로 명시하여 공식적으로 3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55쪽). 사회적 거리 두기란 용어는 미국의 문학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소개한 개념이다. 홀은 인간관계에 따라 거리를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친밀한 거리(~46cm)'로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적정 거리다. 둘째는 '개인적 거리(46~120cm)'로 친구와 같은 가까운 지인간의 적정 거리다. 셋째는 '사회적 거리(120~360cm)'로 업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유지하는 적정 거리다. 넷째는 '공적인 거리(360cm~)'로 연설, 강연, 공연 등에서의 청중(관객)과의 적정 거리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것은, 사람의 비말(飛沫-기침 등으로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튀는 거리(약 2m)를 감안한 것이다.

  

서해를 넘어온 코로나19 위기는 이렇게 극복해갔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를 붙잡고 어디서든 재확산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은 직원과 가족 등의 전파 경로를 통해 100명을 넘었고,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6일간의 연휴 이후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전파된 사례는 새로운 유행의 가능성의 예고편이었다. 결국 8월 광화문 집회 이후의 대량 확산의 위기를 거쳐 11월에 대유행의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2020년 11월 24일부터 수도권은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연일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 1000명을 향해 거침없이 뜀박질하고 있다. 2월 8일 수도권은 2.5단계로 상향 조정하였다. 이날 영국은 세계 최초로 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시행했다. 정부는 백신 확보를 위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는 했지만, 백신을 접종하려면 빨라야 내년 여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여전히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지금까지 체험을 통해 견디며 체득한 생활방역의 노하우가 있다. 아직 이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바이러스를 제압할 절대 무기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예서 멈출 수는 없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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