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어스(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2016) / 차용국

이정현 | 기사입력 2020/05/02 [22:55]

큐리어스(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2016) / 차용국

이정현 | 입력 : 2020/05/02 [22:55]

 

▲ 큐리어스

 

큐리어스(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2016)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호기심'이라는 것입니다. 호기심은 식욕, 성욕, 주거욕이라는 기본적인 본능 이외에 네 번째 본능이고, 다른 유인원과 구별 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이 쉽지 않은 주제를 풀기 위해 저자는 다학제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합니다. 진화인류학적 및 역사학적 관점을 도입하기도 하고, 사회학적 사례를 들고 나오기도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필요한 부분을 취사선택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소설이나 수필도 아니고, 전문 학술서적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독자, 특히 대중은 책을 선택함에 있어 꼭 장르와 전문성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대중의 책에 관한 호기심은 전문성과 일반성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약간의 전문성이 가미된 듯한 얘기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광고업자이며 작가인 저자는 이런 독자의 심리를 십분 활용하여 그럴듯한 책을 써냈습니다. 그렇다고 경박하다고 탓할 일인가? 사실 최근 이와 같은 유형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의 연구실에서 가치 있는 지식이라면 적어도 어느 정도는 독자와 공유하려는 시도를 탓할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러려면 전문성을 쉽게 풀어 쓴 대중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부담 없이 읽을.

 

한때 2% 차이(부족)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약간의 부족함을 뜻하는 말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해서 채우면 완벽에 가까울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진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해석이 됩니다. 먼 옛날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다른 길을 걸어온 원숭이나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와 인간의 DNA2%의 차이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극단적인 엄청난 문명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두 종의 결정적인 차이는 인간과 달리 원숭이들은 ''라고 질문하지 않는다는 점(12)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노화에 관한 연구물을 보면, 왕성한 뇌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노화의 속도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평생 동안 읽고 쓰는 습관을 유지한 사람들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정신 역량의 감퇴가 3분의 1이나 늦었고, 읽고 쓰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은 평균보다 48퍼센트나 빠르게 정신 역량이 감퇴했다고 합니다(31). 꾸준한 지적 활동은 뇌신경을 자극하여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손상의 상당 부분을 완화할 수 있다는 함의입니다.

 

살아가며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정보입니다. 정보가 곧 지식입니다. 인간이 정보를 습득해서 지식을 쌓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생존에 지식은 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인간은 동물 중에서 신체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에 정보 저장 용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뇌를 진화시켰습니다. 정보 수집은 인간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문화란 다른 이들로부터 배우고, 다른 이들을 모방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진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류가 말과 문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디어, 지식, 행동 방식도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결합될 수 있게 됐다(51)는 주장입니다.

 

고대의 지식, 특히 책을 통한 지식은 소수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책은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 희소재였습니다. 성경의 내용은 성직자를 통해 전해 들어야 할 만큼 귀했습니다.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발전한 인쇄술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다량의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고, 성경도 스스로 구입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호기심을 만드는 기계였다고 합니다. 인쇄술 덕분에 아이디어가 빠르게 퍼지고 교환되면서, 기존의 통설들이 잠식되고 강력한 새 아이디어들이 생겨났다(118)는 견해입니다.

 

축적된 지식은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확대합니다. 축적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성공적인 발명가나 예술가는 방대한 지식들을 저장해 놓고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지식을 다 파악하고 나면 그것을 재조합하고 재창조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아이디어와 주제들을 섞고 또 다시 섞어서 새로운 유비 관계를 만들고 특이한 패턴을 발견하면서 마침내 창조적인 혁신을 이룬다(185)는 말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쌓아놓은 자신의 지식에 직간접적인 경험을 더하여 지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합니다. 저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의 머리에서 다양한 영역간의 교차 수정을 통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DNA를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은 원래 물리학자였습니다. 나중에 그는 물리학에서 배운 지식 덕분에 생물학계에서는 근본적으로 해결 불가능하다고 보았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피카소는 아프리카 조각을 서구 회화와 결합해서 새로운 종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233)고 합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문명은 호기심의 결과물입니다. 호기심은 개방적입니다. 정보와 지식을 용합하여 창조와 도전의 문을 여는 열쇠, 바로 호기심입니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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