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林森의 초대詩 -
** 달뫼 **
달뫼엔 밤으로 하냥 구름바다 흘러넘쳐
인간사 허섭쓰레기 마파람 불어 내몰고
승천하는 신선 눈동자 벌떼로 훨훨 나는데
바람폭포 고드름 마다 달송이 열리누나
** 시(詩)의 창(窓) **
목하 새 봄이다. 도무지 물러날 줄 모르던 추위가 어느새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순식간에 온 누리로 봄 내음이 지천이다. 그런데 봄을 누릴 낭만을 시샘하는 걸까? 뜻밖에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코로나19’ 라는 이름의 병마가 온 나라를 혼란과 불안의 도가니에 몰아넣더니 넉장거리로 철푸덕 주저앉아 몽니를 부린다. 무력한 우리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하늘만 쳐다보며 조급증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무릇 인생이란 게 별 거 아니어서 똑같은 길이의 시간들을 모아 하루씩 차례로 엮어 삶이라는 긴 여정을 만들어가는 거지만, 요즈음의 하루들은 웬지 모르게 하루라는 이름으로 막연하게 지내버리기에는 조금은 더 아쉽고 안타까운 기분이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해놓은 것 하나 없이 훌쩍 흘러버린 시간을 맥젓게 바라보며, 의미 없이 지내는 나날들에 회한과 반성과 자탄을 얹어 불현듯 지는 해를 쫓아가 붙잡고 싶어지곤 한다.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그 곱절이 되더라도, 그저 더디 가는 거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픈 건 유독 필자에게만 느껴지게 되는 얄팍한 감상인 걸까? 어떤 이가 인생을 80년으로 보고, 그것을 하루 24시간 안에 축소해보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이가 30세면 오후 2시 25분이고, 40세면 오후 4시 16분, 45세면 오후 5시 43분이 되는 셈이다. 또 나이가 50세면 오후 7시가 되고, 55세면 저녁 8시, 60세면 밤 9시가 된다. 그러다 70세가 되면 밤 10시의 종이 울린다는 것이다. 물론 100세 시대라는 용어가 현실화가 되고 있는 현대와는 조금 동떨어진 셈법이긴 하지만, 아무튼 필자는 지금 몇시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퇴근 시간대는 지났으며 저녁식사는 했을 테고, 그렇다면 이불을 펼 때가 된 셈인 건가? 인생은 결코 길지 않아 어쩌면 하루살이에 불과할지 모른다. 누구나 곧 날이 저물어 깜깜한 밤 시간대에 이르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자정을 알리는 괘종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니 찰나조차도 아까이 허송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데. 또한 다른 건 제껴놓더라도 날이 스산할수록 왠지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싫어진다. 가는 시간을 하루하루 헤아리며 마치 자신의 삶의 구경꾼이 된 듯 물러나 앉아 고독해 하기는 더 싫어지니, 언뜻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그러고 보니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 사귀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
얼마 전 모처럼 짬을 내서, 오래 묵은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정형화된 생활 습관 탓에 어중간한 건 그냥 기계에게 맡기면서도 전혀 불편함을 못느끼고 사는 게 현실이다 보니, 실질적인 만남을 가질 여유를 만들어내기가 웬만해서는 가당치 않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더 많은 좋은 이들과 어울려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이 되어져,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상,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세상, 비단 꿈 속에서 누렸던 세상만은 아닌 꿈결 같은 현실 세상을 만드는 데 한 몫 거들어야겠다. 허접쓰레기 같은 미련과 집착은 바람으로 내몰고 그 어떤 세파와 역경에서도 굴하지 않을 아름다운 인연의 우리는, 상처를 보듬어 새 삶을 설계하며 구름바다 흘러넘치는 사랑의 달뫼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림삼 관련기사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