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5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1/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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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5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1/09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5-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5회

챕터14 <일그러진 꿈> 제2화

 

 

▲ 제2회 직지 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금비는 뭔가 불길했다. 급히 쪽마루에서 뛰어내린 그녀가 저자거리로 내달렸다. 아무리 달려도 눈길이라 제자리만 맴도는 듯했다. 같은 시간, 주자소 뒤란 용광로에서 내뿜는 열기가 바닥에 쓰러진 묘덕을 휘감고 돌았다. 엄청난 열기는 직접 불에 닿지 않아도 심한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너무 뜨거워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팔다리를 움직여보았다. 사지가 땅바닥에 들러붙은 듯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 해도 쇳덩이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야겠다는 본능으로 있는 힘을 다해 바닥을 기었다. 가능한 멀리 불에서 떨어지려 안간힘을 썼다. 그녀가 사지를 비틀며 움직이자 근처에 떨어졌던 종이가 그녀 발에 떠밀려 용광로 가까이 밀려들어갔다. 용광로 화기가 바닥에 흩어진 종잇조각으로 서서히 옮겨 붙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몸은 견딜 수 없이 뜨거워져오는데 정신은 이미 그녀 것이 아니었다. 금비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주자소를 향해 눈길 위를 달리고 또 달렸다. 주자소 뒤란 바닥에 쓰러진 묘덕의 정신은 점점 혼미해져갔다.

 

‘아……, 내 몸이 왜 이러지? 이상하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녀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종이에 붙은 불씨가 점점 살아났다. 금비는 짚신과 버선발이 눈에 젖어 어는 줄도 모르고 숨이 턱에 차도록 주자소로 달렸다. 먼데서 개짓는 소리가 하얗게 눈이 덮여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아득하게 들려왔다. 쌓인 눈은 금비의 종아리까지 푹푹 빠졌다. 그녀는 거의 눈밭을 기다시피하며 아씨가 있는 주자소로 뛰어갔다. 얼마나 달렸을까. 금비는 쉬지 않고 달렸지만 두시진 가까이 되어서야 주자소에 도착했다. 급히 입구로 들어서자 문은 안으로 단단히 잠겨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아씨! 아씨! 하악! 하악!”

 

주자소 안은 이상할 만큼 너무 조용했다.

 

‘쾅!쾅!쾅!’

 

“안에 누구 없어요? 영감님!”

 

금비는 문을 힘껏 두드리며 안쪽을 향해 외쳤다. 겨울 날씨였지만 어찌나 달리고 또 달렸는지 금비의 몸은 땀이 비 오듯 했다.

 

“영감님! 빨리 문 좀 열어주시어요! 하악! 하악!”

 

종이를 태우던 불길은 주변으로 서서히 번져가기 시작했다. 잠시 눈을 뜬 그녀는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순간 이를 악물더니 눈자위가 허옇게 뒤집어졌다. 묘덕이 두 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까무러치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밖에서 애가 타는 금비가 주자소 안을 들여다보았다. 쥐죽은 듯 적막이 흘렀다. 그녀가 검은 천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안을 가만 살폈다. 작업실에는 불이 꺼지고 아무도 없었다. 저 안쪽에 뒤란으로 향하는 쪽문이 조금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 쪽에서 흐릿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악! 하악! 이봐요! 영감님! 아씨! 안에 누구 없습니까요?”

 

금비는 더는 참지 못해 문을 발로 걷어찼다.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씨! 아씨! 활자장 영감님! 안에 아무도 없습니까요? 제발……! 하악! 하악!”

 

금비는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갈팡질팡하던 그녀는 주자소 밖 들판 쪽을 돌아 뒷문을 향해 급히 뛰어갔다. 뒤란 공터를 판자로 막은 공간이 보였다. 금비는 뒷길에 쌓인 엄청난 눈을 헤집으며 뒤란을 향해 내달렸다. 환기구가 아주 조금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환기구는 꽤나 높은 위치에 있어 그녀의 키로는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아씨! 아씨! 그 안에 계십니까요? 하악! 하악! 아씨! 대답 좀 해 보셔요!”

 

안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쓰러진 묘덕의 초점 없는 공동 속에 천장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주변의 벽들도 물결처럼 출렁였다. 흩어진 종이를 모두 태운 불길은 그녀의 치맛자락으로 서서히 옮겨붙고 있었다. 묘덕은 자신의 치마로 불이 옮겨 붙는 것도 모른 채 그녀의 의식은 천길 벼랑으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온몸이 수 천 수 만 근의 무게로 느껴져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세상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대부분 잠자리에 든 시각이었다. 모든 길은 새 하얗게 눈이 뒤덮여 있었다. 밖에서 금비가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환기구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변은 싸륵싸륵 눈 내리는 소리와 이따금 먼데서 개짓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뒤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묘덕의 치맛자락으로 옮겨 붙은 불씨는 혈뇨로 핏물이 젖은 곳을 돌아 점점 더 불길이 커지기 시작했다.

 

‘쾅!쾅!쾅!쾅!’

 

금비가 환기구 바깥벽을 있는 힘을 다해 마구 두들겼다.

 

“아씨! 쇤네 말 들립니까요? 아씨! 하악! 하악! 쇤네 말이 들리면 대답 좀 해보셔요!”

 

‘안되겠다! 빨리 저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해!’

 

금비는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흰 눈이 가득 쌓인 나무 등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나무 하나를 들어올렸다. 얼어붙은 나무는 꿈쩍하지 않았다. 금비는 나무더미 위로 올라가 힘껏 발을 굴렀다. 그 하중에 나무 등걸 하나가 움찔, 떨어졌다. 그녀는 급히 그 것을 질질 끌며 환기구 쪽으로 향했다.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가 수백리길처럼 아득했다. 무겁고 얼어 나무의 무게는 실로 엄청났다. 쉽게 끌려가지도 않았다. 금비의 머리 위로 함박눈은 끝없이 퍼부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나무둥치 하나를 끌고 환기구까지 갔다. 환기구 벽에 나무둥치를 비스듬히 기대놓고 그 위로 밟고 올라갔다. 그녀가 급히 두 걸음 째 떼려는 순간 나무 등걸은 벽을 타고 미끄러져 땅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돌덩이! 돌덩이가 있어야 해.’

 

금비는 온통 흐트러진 머리를 넘기며 다시 주변을 살폈다. 눈이 쌓인 주변을 돌아보자 처마 밑에 반쯤 눈에 덮인 돌덩이가 보였다. 그녀가 급히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단단히 얼어붙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간 묘덕의 치맛자락으로 옮겨 붙은 불길은 혈뇨에 젖은 부분을 벗어나자 점점 불길이 살아 오르더니 한뼘 크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드러난 종아리를 향해 맹수 같은 불길은 서서히 치달았다. 불길은 마치 뱀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며 그녀를 삼키려 거리를 점점 좁혀갔다. 이 사실을 모르는 금비는 환기구 밖에서 단단하게 얼어붙은 돌덩이를 깨기 위해 돌 위로 뛰어올라 발을 동동 굴렀다. 있는 힘껏 돌덩이를 흔들자 조금씩 언 땅에서 분리되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돌덩이를 안고 환기구 쪽으로 다가가 밀리지 않도록 나무 밑에 돌덩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런 후 금비는 급히 나무를 밟고 환기구 쪽을 올려다보았다. 안은 조용했다.

 

“아씨! 아씨! 그 안에 계십니까요? 아씨! 쇤네 말 들리시면 대답 좀 하시어요.”

 

한 뼘쯤 열린 환기구 틈새로 들려오는 소리는 전혀 없었다. 금비는 있는 힘을 다해 환기구를 머리로 밀어 올려보았다. 환기구가 위쪽으로 묵직하게 들춰졌다. 금비는 머리를 디밀고 힘겹게 안을 살폈다.

 

3

 

쓰러진 묘덕의 치마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 모습이 금비의 눈에 들어왔다.

 

“으악! 어머나! 아! 아씨! 몸에 불이 붙었어요! 일어나요! 아씨! 정신 차리세요!”

 

그녀의 넓은 치마에 붙은 불은 마치, 추수 끝낸 가을 들녘에 들불을 놓은 듯 묘덕의 다리를 향해 돌진하며 타들어갔다. 

 

 

 

-> 다음 주 토요일(11/16) 밤, 4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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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9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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