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4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1/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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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4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1/02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4-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4회

챕터14 <일그러진 꿈> 제1화 

 

▲ 제2회 직지 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 김명희(시인 .소설가)

 

 

이 보슈! 거참 언제까지 이리 세워 둘 참이오! 나두 바쁘다 했잖소?”

영감님 염려 마시고 어서 나가보세요.”

영감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남은 정리를 마치고 영감이 말한 분량대로 다시 팔 할의 구리와 이 할의 주석, 그리고 서분의 백린(白燐), 이 세 가지 금속덩이를 각각 저울에 달아 조심조심 용광로 가마에 한가지 씩 넣어보았다. 묘덕은 가마에서 금속들이 녹기를 기다리며 용광로 화력을 좀 더 높였다. 활자장 영감은 주자소 밖을 오가며 황양목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앞전에 쓰다 남은 목재들을 다른 쪽으로 옮기고 다시 새것들을 수레에서 내려 쌓느라 소란스러웠다. 쇳물이 얼마나 녹았나, 그녀는 수시로 가마 속을 골똘히 살폈다. 가장 먼저 녹는 것이 있었다. 하얀 연기를 내며 붉은 빛에서 서서히 푸르스름한 빛을 변하며 녹기 시작했다. 마치 단단했던 갱엿을 불에 녹이면 부드러워지면서 서서히 엿물이 만들어지듯 쇳물이 녹는 모습도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한겨울이건만 그녀의 붉게 상기된 얼굴과 목덜미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벌겠다. 잠시도 앉지 않고 그녀는 쇳물 녹는 상태를 열심히 관찰했다. 불 앞에 다가가면 견딜 수 없는 열기로 현기증이 일고 갈증으로 목이 탔지만 그녀는 주조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런 어려움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한참 후 황양목 정리를 마친 활자장 영감이 온 몸의 먼지를 탈탈 털며 뒤란으로 들어왔다.

아씨. 어찌 되가오?”

활자장 영감은 용광로 속 화력을 가늠하며 쇳물 녹는 것을 살폈다.

……. 어떻소? 금속이 녹는 과정에 따라 쇳물에 불꽃의 색이 변하는 것을 알아보겠소?”

, 아주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잘……. 육안으로 정확히 구분이 안 됩니다.”

그럴 것이오. 어떤 일이든 그리 단시일에 습득되는 기술은 세상에 없소. 이렇게 반복적으로 관찰하다보면 그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오. 아씨가 지금 감각을 익혀야 할 것은 쇳물 종류에 따라 녹을 때 변하는 불꽃의 색이오. 또 하나는 용광로 속 화력의 세기에 따라 불빛이 띠는 색도 분간할 줄 알아야 하오. 용광로 화력이 최고 높을 때 불빛은 청색이오. 그 아래 온도일 때 청백색, 백색, 황백색, 황색, 주황색, 적색, 순으로 불꽃의 빛깔이 구분된다는 것도 명심하시오. 결국 불꽃이 붉은 색일 때가 의외로 온도는 가장 낮은 것이오. 장작을 많이 지펴도 용광로 불꽃이 붉은 색만 띈다면 그것은 화력이 오르지 못한다는 증거요. 그때는 환기구를 활짝 열어줘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두시오. 시간이 날 때 마다 뒤란에 담긴 금속들을 각각 한가지 씩 녹여가며 불꽃을 관찰해보시오. 나는 이 길로 서북면(황해도) 해주목에 가서 완성된 유연묵을 받아 오겠소.”

, 영감님. 아참 영감님 해주에 가시거든 신광사에 계시는 백운화상스님을 뵙고 오시면 안 될까요?”

해주 신광사에 백운화상스님이 계시오? 스님이 그새 원나라에서 돌아오셨소?”

, 원나라에서 돌아오셔서 해주 신광사 주지스님으로 가셨습니다. 앞전 법회 때 저도 신광사에 갔었지요. 허나 직접 뵙고 오지 못해서요. 이번에 해주에 가시거든 백운화상스님께 제 안부좀 전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알겠소. 형편 되는대로 들러 오겠소.”

. 그럼 잘 다녀오세요. 저는 이곳에 머물며 하나씩 배운 대로 되짚어 연습해 보겠습니다.”

그러시오. 한밤중에는 아씨 혼자 위험하니 이곳에 혼자 늦게까지 머물지 마시오. 밤에는 사저로 돌아가 쉬시고 아침에 다시 나오시는 게 안전할 게요.”

. 알고 있습니다. 어서 다녀오세요.”

활자장 영감은 지체 없이 서북면(황해도) 해주목으로 떠났다.

 

 

 

< 14. 일그러진 꿈 >

 

1

묘덕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였다. 밖은 혹한의 겨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주자소와 뒤란은 용광로 열기로 무척 따듯하고 아늑했다. 한뼘 쯤 들춰진 환기구로 잔뜩 찌푸린 하늘이 보였다. 밖은 어느새 겨울의 짧은 해가 기울어, 자객이 담을 넘듯 어둠이 몰려들고 있었다. 눈이 많이 올 것 같았다.

우리아씨가 많이 늦으시네.”

금비는 오랜만에 달콤한 단팥죽을 해 놓고 그녀를 기다렸다. 대문 밖을 여러 번 드나들며 내다보아도 그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문간에 기대 앉아 묘덕을 기다리던 금비는 너무 추워 안채에 들어가서 옷가지를 껴입고 다시 나왔다. 세상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초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함박눈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올 들어 첫눈이었다. 아씨를 기다리던 금비는 지루했다. 내리는 함박눈을 손에 가만히 받아보며 미소를 띠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오늘은 일찍 오시마 하셨는데. 아씨가 너무 늦으시네. 아휴, 맛있는 팥죽 다 식는데…….”

묘덕은 아침에 금비와 한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녀는 활판 인쇄를 위한 쇳물 녹이는 연습을 하느라 용광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앞전에 그녀가 넘어지면서 뒤섞인 금속들을 활자장 영감이 모두 나눠 담은 통에서 세 가지의 금속을 분류해 다시 녹이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묘덕은 용암처럼 들끓기 시작하는 쇳물이 궁금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불꽃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다보면 갑자기 숨이 콱, 막혀올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하곤 했다. 펄펄 끓는 쇳물은 신비로운 빛마저 감돌았다. 흰 연기를 솔솔 피워내며 녹아드는 금속의 모습은 늘 보아도 경이로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묘덕은 또 다시 심한 현기증이 일었다. 너무 어지러웠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속이 뒤집어질 듯 메슥거렸다. 이상했다. 그사이 다리의 힘도 빠져 서있기가 힘겨웠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고 무척 애썼다. 맥이 풀린 다리를 비틀거리며 작업실로 나가 찬 물을 들이켜고 용광로 곁으로 힘겹게 돌아왔다. 이번에는 심장이 급격하게 두근거리며 숨이 차올랐다. 누군가 갑자기 목을 조르듯 숨이 콱 막혔다. 천장이 어지럽게 빙빙 돌았다. 순간 그녀는 중심을 잃고 용광로 곁으로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지며 본능적으로 뭔가를 붙잡으려다 놓쳤다. 그 바람에 한쪽에 가지런히 챙겨놓았던 활자 인쇄용 한지가 후루룩, 날려 바닥으로 팔랑팔랑 흩어졌다.

, 뜨거워…….”

바닥으로 쓰러진 묘덕이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대문간 쪽마루에 기대앉아 아씨를 기다리던 금비는 옷 속으로 들이치는 한기에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이윽고 금비는 찬바람을 맞으며 꾸벅꾸벅 졸았다.

2

그녀가 앉아 졸고 있는 내내 처마 밑으로 눈이 소복소복 쌓여갔다. 얼마나 졸았을까.

! 위험해요! 아씨!”

꾸벅꾸벅 졸던 금비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눈을 번쩍 떴다. 졸다 깬 그녀의 안색이 순간 어두웠다. 졸린 눈을 비비며 뭔가 곰곰 생각하는 듯 했다. 금비는 머릿속에 뭔가가 급히 떠올랐다. 잠깐 졸았을 때, 꿈결에 그녀는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아씨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가 아씨를 아무리 불러도 뭔가에 홀린 듯 엄청난 불길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씨를 향해 수없이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외치다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치며 잠에서 깼다.

금비는 뭔가 불길했다

 

 

 

-> 다음 주 토요일(11/9) 밤, 4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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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02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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