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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9-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9회>-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제5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9/28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9-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9회>

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제5화

 

 

▲ 김명희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11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어서 도망치시오! 어서.”

 

묘덕은 금비의 손을 잡고 어둠속을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4

 

가마꾼들도 일제히 흩어져 어두운 산속으로 뛰기 시작했다. 오줌을 누고 휘파람을 불며 느릿느릿 돌아오다 뒤늦게 이 상황을 목격한 왜군부하가 조총을 들고 묘덕과 금비를 뒤쫓았다.

 

‘탕-!’

 

뒤에서 귀청을 뚫을 듯 총 소리가 들려왔다.

 

‘탕-!’

 

어둠 속에서 묘덕과 금비는 뛰고 또 뛰었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깊게 파인 흙구덩이가 보였다. 둘은 재빨리 그곳으로 구르다시피 뛰어내려 몸을 숨겼다. 밤이슬 맞은 풀잎들이 발에 뭉그러져 풀냄새가 훅, 끼쳤다.

 

“하악! 하악! 하악!”

 

‘지금 잡히면 나와 금비는 끝장이다!’

 

묘덕은, 이 모두가 길고긴 악몽 같았다. 왜군 부하의 발자국소리가 가까이까지 들려왔다. 거친 숨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묘덕은 한손으로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는 금비의 입을 막았다. 숨이 막혀 눈 밖으로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입이 막혀 심장이 터질 듯한 금비가 자신의 가슴을 마구 쥐어뜯었다. 흙구덩이 안에 숨은 채, 공포로 가득 찬 묘덕의 눈이 두리번거렸다. 주변 숲과 나무둘레를 샅샅이 수색하던 왜군 부하가 잠시 후, 다른 곳으로 멀어졌다. 둘은 그 안에서 밤새 꼼짝하지 않았다. 묘덕이 밝은 빛을 느끼며 눈을 떴다. 생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아침이 와있었다. 흙구덩이 속에서 그녀와 금비는 지쳐 잠이 든 채 밤이 지난 듯했다. 묘덕과 금비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다행이 왜군 병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제 맞은 흔적으로 그녀와 금비의 얼굴은 피멍이 들고 퉁퉁 부어있었다. 온 몸에는 왜병들이 흘린 피가 얼룩져 있었다. 금비는 간밤에 왜군 병사들한테 성폭행을 당해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묘덕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묘덕이 간신히 금비를 부축하고 산비탈을 비틀거리며 내려갔다.

 

“금비야 미안하다. 나처럼 못난 상전 만나서 네가 모진 고생을 다 하는구나…….”

 

“아씨……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요. 아씨가 아니었다면 쇤네는 이미 죽었습니다요. 흐흑!

 

산비탈을 내려가 오솔길로 접어들자 어제 그녀가 타고 왔던 가마가 덩그러니 눈에 들어왔다.

 

“아, 흙! 저 안에 주자를 만들어야 하는 도토가 있는데. 저 표본들을 반드시 가져가야하는데…….”

 

그녀는 그 순간에도 도토 걱정이 밀려왔다. 묘덕이 찢어진 옷으로 몸을 가리고 본능처럼 가마를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금비가 천천히 따라 내려왔다. 가마를 열어보니 부안진과 남원속현에서 구한 도토가 쏟아진 채로 그대로 있었다.

 

“아! 무사하구나. 흙이 무사해……! 하하하. 금비야, 흙이 그대로 있구나……!”

 

가마 안에 무사한 흙을 확인한 그녀가 실성한 듯 넋을 잃고 웃었다. 다행이 왜군은 가마 안에 있던 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묘덕은 그 흙들을 정성스레 다시 손으로 쓸어 담았다. 묘덕은 가마 안에 두었던 자신의 옷 보따리를 풀어 금비를 갈아입혔다. 그리고 남은 옷을 갈아입었다. 한 시름 덜고 나니 배가 고파왔다. 묘덕과 금비는 가마를 보며 고민했다.

 

“금비야. 간밤에 도망친 가마꾼들은 지금쯤 무사할까?”

 

“아씨. 어젯밤 반대편으로 도망쳤으니 지금쯤 마을에 있을지도 모릅니다요. 아무 일 없어야 할 터인데……. 아마 무사할 겁니다요. 아씨. 우리도 이만 이 산을 벗어나야합니다요. 지금 안심하긴 이릅니다. 언제 또 다른 놈들이 나타날지 모릅니다요.”

 

“그래. 그런데 금비야. 이 가마는 어쩌지? 그 가마꾼들의 귀한 재산인데 흙만 안고 산을 내려가야 할까?”

 

“아씨. 그러셔요. 우리가 가마를 가져가긴 너무 무거워요. 우선 흙만 챙기셔요.”

 

“그러자꾸나.”

 

“아씨. 잠시만요.”

 

금비가 묘덕에게 다가와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올려 여분의 비녀와 보석이 박힌 뒤꽂이를 꺼내 정성스레 꽂아주었다.

 

“우리 예쁜 아씨 고왔던 얼굴이 지금 말이 아니네요.”

 

“금비야. 난 괜찮다……. 너도 이렇게 좀 해 보거라. 쯧쯧쯧. 머리도 얼굴도 너무 많이 상했구나. 가여운 것, 얼마나 두려웠느냐……? 못난 내가 너에게 몹쓸 짓을 너무 많이 시키고 말았구나. 괜히 나 때문에…… 어제, 네 말을 들었어야했다.”

 

“아효, 아씨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요. 이렇게 아씨도 저도 무사하니 그것으로 됐습니다요. 아씨. 어서 가시어요.”

 

금비가 애써, 쓰리고 아픈 마음을 감추며 젖은 눈으로 환하게 웃었다.

 

“금비야, 개경 사저로 돌아가면 내 너에게 보약을 좀 해 주마……. 어제의 기억은, 몹시 힘들겠지만……. 우리 가능한 빨리 모두 잊기로 하자. 자 어서 가자.”

 

금비와 묘덕이 산을 내려가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숨 가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씨! 아씨! 헉, 헉, 헉!”

 

그녀가 놀라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가마꾼들이었다. 그들이 무사히 살아있었다. 묘덕은 너무 기뻤다.

 

“무사하셨구려.”

 

“하요. 이게 다 아씨 덕분입니다요.”

 

“다행이오. 그래, 간밤엔 어디에 숨어 있었소?”

 

“어젯밤, 아씨가 저희를 풀어주셨을 때. 아씨가 쫓기는 것을 보고, 죽기 살기로 있는 힘을 다해 산 아래 마을 관아로 달렸습죠. 그대로 놔뒀다간 그 밤에 분명 아씨가 어디서 붙잡혀도 다시 붙잡힐 것만 같았습니다요.”

 

“아, 그랬구려. 고마웠소.”

 

“다행이 관졸들과 횃불을 밝혀들고 다시 이곳으로 왔습죠. 왜놈 소두 히데키와 부하들 모두 관졸들한테 잡혀가 감옥에 갇혔는데, 아마도 지금쯤 피를 너무 흘려 저세상으로 갔을 겝니다요. 안 그래도 아씨가 이 산속 어딘가 숨어계셨다면 아침에 가마에 있는 저 흙을 챙기러 다시 오실 것만 같았습죠. 그래서 아침도 안 먹고 관아에서 곧바로 이리로 달려오는 길입니다요.”

 

“어머나, 이렇게 고마울 때가……. 잘 왔네. 자, 어서 이산을 내려가세. 내가 뜨끈한 국밥과 탁배기 배불리 먹도록 한 턱 내겠네.”

 

“허허허. 아씨. 고맙습니다요. 자! 아씨. 어서 가마에 타십시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요.”

 

‘불행 중 다행이다……. 금비와 내가, 가슴 깊이 상처는 남았지만……. 그래도 목숨 부지하고 이쯤에서 살아남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부처님과 모든 분들이 도왔음이야…….’

 

묘덕은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 애쓰며 산을 내려갔다. 그날의 충격과 원행이 고된 탓에 묘덕은 사저로 돌아간 후 며칠이 더 지나서야 활자장 최영감을 찾아가 도토를 전달했다.

 

“아씨…… 많이 수척해지셨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 다음 주 토요일(10/5) 밤, 4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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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28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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