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4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5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6/15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4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5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06/15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4-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4회>

 

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5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아효, 아씨. 저흰 거기까진 정말 못갑니다요. 돈두 좋지만서두, 다 먹구 살자구 이짓 하는 건데…… 아, 눈 속에 길에서 얼어 죽을 일 있습니까요?”

 

가마꾼들이 작정을 한듯 심한 불만을 늘어놓았다. 묘덕은 그들의 심경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녀도 내심 무척 미안했다.

 

“옛소.”

 

‘찰그랑……!’

 

그녀가 묵직한 엽전 꾸러미를 가마꾼 두령에게 건넸다. 그러자 가마꾼들이 잠시 의논을 하겠다며 한쪽에 가마를 내렸다. 가마꾼들이 둘러앉아 수런거리며 의견을 모으는 동안 금비는 길가에 쭈그려 앉아 짚신에 눈을 털며 퉁퉁 부은 종아리를 주물렀다.

 

“저기……, 용주사 앞까지 약조는 못 하굽쇼. 어차피 우리도 이 길을 벗어나야 하니, 우선 가는 데까지 좀 더 가는 걸루다 하겠습니다요.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었다. 가마꾼들이 다시 출발 했다. 큰길로 나가자 가마꾼들이 잠시 망설였다. 두령이 금비를 돌아봤다.

 

“저기. 용주사 가는 길이 그나마 다른 곳보다 산도 덜 넘고 평지니까, 기왕에 이렇게 된 거, 거기까지만 뫼시고 가는 걸루 하겠습니다요.”

 

그녀가 탄 가마는 금비와 함께 화성목에 있는 용주사로 향했다.

 

5

 

산을 수없이 넘고 얼음이 꽁꽁 언 냇물을 지나 걷고 또 걸었다. 가다가 어두우면 주막에 들러 국밥을 먹고 가마꾼들은 그곳에서 잠을 청하고 묘덕과 금비는 근처 절에서 밤을 보냈다. 그녀는 가는 절마다 시주를 넉넉히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화성목에 있는 용주사는 산 속에 있지 않았다. 비교적 너른 평지를 한참 지나자 용주사 입구가 나왔다. 그녀는 다 저녁이 되어서야 용주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곳에도 백운스님은 없었다. 그녀는 밤새 뒤척였다.

 

‘스님, 이곳에 오면 스님의 모습을 뵐 수 있을까 했는데 이미 떠나셨습니까. 스님, 어디로 가셨나요……. 지금쯤 어느 곳에서 저 달을 보고 계십니까.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요. 스님…… 지금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긴 밤, 그녀는 꿈속에서조차 서성였다. 방문에 깃든 여명이 훤해지고서야 잠시 눈을 붙이다 이내 일어났다. 묘덕은 금비가 잠 든 처소로 가서 아침 일찍 길 떠날 채비를 하라 일렀다. 가마꾼들도 이른 아침을 먹고 떠날 채비를 서둘렀다. 아침 공양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이내 길을 재촉했다. 그곳 주지스님이신 정문스님이 미리 나와 있었다.

 

“보살님, 벌써요? 며칠 좀 쉬시다 가시지요 왜?”

 

“아닙니다 스님. 밤중에 불현듯 찾아와 심려만 끼치고 떠나옵니다. 훗날 이곳을 지나는 길이 있으면 다시 인사 여쭙겠습니다.”

 

“그럼 눈길이 미끄러우니 먼 길 잘 살펴가세요. 나무관세음보살…….”

 

그녀는 공손이 합장을 하고 용주사를 나왔다.

 

“어디로 갈깝쇼?”

 

“여보시오, 그럼 우리와 같이 더 가주시겠소?”

 

“에흐, 그럼 어쩌겠수? 사실 받은 돈두 수월찮구…… 예까지 왔으니 좀 더 뫼셔얍죠.”

 

“아효! 고맙소. 아씨, 어디로 뫼실까요?”

 

묘덕이 금비의 목소리를 듣고 가마의 들창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금비야. 안성목 칠현산에 있는 칠장사로 가자꾸나…….”

 

“예, 아씨. 여보시오, 안성목 칠현산에 있는 칠장사로 가주시오.”

 

“옙. 그리합지요.”

 

가마꾼들이 권마성 소리를 내며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지지구구 지지구구…….’

 

‘꾀꼴꾀꼴 꼴꼬리…….’

 

앞뒤에서 가마를 돌리며 경쾌하게 보폭을 맞춰 소리를 주고받았다. 가마꾼들의 경쾌한 발걸음에 묘덕이 탄 가마의 주렴들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그 곁을 보따리를 품에 안고 금비가 총총총 걸음을 재촉하며 따라붙었다. 화성목에서 안성목으로 가는 길도 제법 먼 거리였다. 묘덕을 태운 가마꾼들은 여러 날 밤을 걷고 또 걸었다. 크고 작은 산 몇 개를 넘고 내를 건너자 안성 땅이 나왔다. 묘덕은 안성천변에 잠시 멈춰 마음을 식혔다. 안성천변 둑길에 걸터앉은 가마꾼들은 겨울인데도 연실 땀을 닦았다. 그중 사내 하나가 괜한 길을 왔다느니 너무 멀다느니…….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금비와 묘덕은 최선을 다해 그들의 고충을 챙겨주며 길을 재촉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바람에 비릿한 바다 냄새가 묻어왔다. 안성천 깊숙한 곳까지 새우젓 배들이 쉼 없이 들고 나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먼발치서 바라보기만 해도 활기차 보였다.

 

‘스님도 오늘 나처럼, 이곳에 서서 이 바람을 맞으셨을까? 저 새우젓 배들을 이렇게 먼발치에서 나처럼 아득히 바라보다 다시 길을 떠나셨을까? 지금쯤 스님은 어디에 계실까? 혹여, 내가 지금 우리 스님 곁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아직 안성 어디쯤에 머물고 계시지는 않으실까? 제발, 그랬으면……. 스님, 제발 더 이상은 가지 마세요. 잠시만 잠시만…… 저를 좀 기다려 주실 수는 없으신가요? 스님, 어디 계신지는 모르오나 그곳에 잠시만 더 머물러 주실 수는 없으세요? 제가 지금 당신 곁으로 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그리워 당신을 찾아 가고 있어요. 제발, 제가 갈 때까지 너무 서둘러 떠나시지만 말아주세요. 제발…….’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이 닿자 급해지기 시작했다. 묘덕은 서둘러 가마에 다시 올랐다.

 

“금비야, 어서 가자.”

 

“네. 아씨.”

 

가마꾼들이 일제히 다시 길을 나섰다.

 

6

 

들창문으로 아직도 안성천 물 향기가 스며들었다. 청량했다. 묘덕은 그리 멀지 않은 곳 어딘가에서 백운스님을 만날 것같은 믿음에 마음이 설레었다. 길가에 흰 눈을 이고 있는 마른 꽃 하나에도 마음이 한껏 붉게 물들었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 한발을 걸으면 그만큼……. 두발을 걸으면 또 그만큼……. 어딘가 있을 백운스님 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울렁거렸다. 작은 마을을 여럿 지나 나지막한 산을 넘어 내려가다 작은 내를 건너니 칠현산 입구에 극락촌이라는 마을이 보였다. 어느새 또 해가 서산으로 걸리고 있었다. 칠장사로 오르는 산길은 엄청난 비탈이었다.

 

“아시쥬? 이 밤에 저 산을 오르는 건 무립니다요. 저기 극락촌에서 하룻밤 묵고 내일 새벽에 오르십죠?”

 

“아씨. 어찌할깝쇼?”

 

“금비야. 아니다. 어서 그냥 칠장사로 가자꾸나……. 힘들더라도 아예 당도해서 몸을 쉬는 게 좋겠구나.”

 

“어이구! 이 시간에 어떻게 저산을 오릅니까요? 발을 헛디뎌 가마가 구르기라도 하는 날엔, 누구를 경치실라굽쇼? 그러지 마시구, 저 아래 객주에서 언 몸도 좀 녹이고 쉬었다 내일 일찍 칠장사로 오르시쥬?” 

 

 

 

 

 

 -> 다음 주 토요일(6/22) 밤, 2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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