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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2-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2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6/01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2-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2회>

 

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3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조금 더 올라가니 거대한 은행나무가 살아서 하늘로 오를 듯 두 팔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용문사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절 마당 앞에 우뚝 솟은 나무는 가장 웅장했다. 그 나무는 이미 나무의 범주를 벗어난 영물이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밤새우는 나무로 세간에 소문이 자자했다. 모두는 영험한 신령이 깃든 나무라고 그 아래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녀가 가마에서 내려 용문사 사천왕문을 들어서며 합장을 했다. 대웅전 뜰에서 행자승이 서둘러 나와 합장하며 일행을 맞았다. 묘덕과 금비는 버선에 묻은 눈을 털며 법당으로 들어가 부처님 전에 예를 올리고 주지스님을 만났다. 용문사 주지스님과 묘덕은 구면이었다.

 

“묘덕 아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네, 스님. 그간도 평안 하셨는지요?”

 

‘쪼르르륵…….’

 

용문사 주지 호법스님 차 따르는 소리가 온 세상에 덮인 눈을 단번에 녹일 듯 따뜻하게 들려왔다.

 

“훌륭하신 분과 혼례를 올리셨다는 아씨 소식은 저도 들었습니다. 저야 뭐 늘 부처님 은덕으로 이렇게 잘 지냅니다. 아, 선원사 백운스님도 안녕하십니까?”

 

“네……? 우리 백운스님이 이곳에 안 계세요?”

 

“백운스님은 이곳을 다녀가신지 한참 되셨습니다만. 그럼 아직 선원사로 돌아가지 않으셨습니까? 어디 다른 곳에 들러 일을 더 보고 가실 모양이시군요.”

 

“스님, 우리 백운스님이 언제 이곳을 떠나셨나요?”

 

“한참 되었습지요. 엿새쯤 되었나…….”

 

“아, 네…….”

 

“그나저나, 이 추운 날 이렇게 소승을 다 찾아주시고…… 허허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오신 김에 며칠 몸 좀 녹이시면서 내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히 머무세요.”

 

“아닙니다. 스님. 사실은 선원사에 갔다가 백운스님이 수행 차 장기 출타중이라 하셔서요. 혹시 이곳에 오면 백운스님을 만날까 하여 잰걸음으로 왔습니다. 꼭 스님을 만나야 해서요. 그런데, 이미 떠나셨군요.”

 

“아……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이번에는 오셨다가 오래 머물지 않고 이내 가셨습니다. 이 일을 어쩌지요? 아씨, 어째 상황이 좀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뭐, 도와드릴 일이라도…….”

 

“스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묘덕아씨. 우선, 언 몸 좀 녹이세요. 제가 드실 것 좀 내오겠습니다.”

 

호법스님이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공양간 보살님이 수정과와 색깔이 고운 무지개떡과 약식과 곶감을 가지런히 차려 와 놓고 나갔다. 묘덕은 마음 속 틈새에서 찬바람이 자꾸만 비집고 들어왔다. 마음이 여간 쓸쓸한 게 아니었다. 이곳만 오면 백운스님을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로 부풀었었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은 후였다. 밖은 어느새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있었다. 해가지자 산중의 바람은 높은 피리소리를 냈다. 용문사 뒷산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다.

 

‘하아……. 이제 어쩐다지? 백운스님은 이미 오래 전 이곳을 떠나셨다는데…….’

 

화로 앞에서 넋을 놓고 앉아있던 묘덕은 방문을 열고 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이미 칠흑 같은 밤이었다. 오늘은 어디도 갈 수 없을 듯 했다. 가마꾼들의 짐을 지대방에 풀어 주고 묘덕과 금비는 대방에서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아무리 잠을 청하려 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금비는 이미 깊이 잠이 들었다. 가마꾼들도 오늘은 일찍 잠이 든 모양이었다. 그녀는 머리에 몽수를 두르고 절 마당 앞에 있는 은행나무 아래를 서성였다. 겨울 산사의 밤바람이 거대한 은행나무를 흔들자 휘몰아치는 바람에서 퉁소소리가 났다. 그녀는 발아래 쌓인 하얀 눈처럼 백운 스님이 그리웠다. 지금이라도 그를 찾아 어디든 달려가고 싶었다. 밤 시간은 더디었고 아침은 영영 올 것 같지 않았다. 온 세상은 잿빛어둠속에 고요했고 그렇게 느릿느릿 아침이 왔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그녀는 주지스님이 머문 사처로 향했다.

 

“스님, 묘덕이옵니다.”

 

“어서 안으로 드세요.”

 

묘덕과 스님이 함께 마주하고 합장을 했다. 묘덕이 자리에 앉았다.

 

“스님. 저는 이만 산을 내려갈까 하옵니다.”

 

“아니, 어제 오셨는데……. 벌써 가시게요? 좀 더 머무시며 쉬었다 가시래두요.”

 

“아닙니다, 스님. 서둘러 돌아가야 할 듯합니다.”

 

“아씨. 밖이 어제보다 더 춥습니다. 아침 공양 마치시고 햇살이라도 조금 퍼지면 길을 나서지 그러세요?”

 

“아닙니다. 이만 가야할 것 같습니다. 폐만 끼치고 갑니다. 훗날 다시 오면 오래 머물며 쉬었다 가도록하겠습니다. 스님. 몸 건강히 계세요.”

 

묘덕이 공손히 합장을 하며 머리를 숙였다.

 

“음…….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아씨. 그럼 추운데 조심해서 내려가세요. 백운스님 만나시거든 소승의 안부도 전해주시고요. 우리도 곧 동안거에 들까합니다.”

 

“네, 스님. 그러겠습니다. 그럼……. 금비야, 어서 가자.”

 

“네. 아씨.”

 

그녀는 여인들이 나들이 때 얼굴을 가리는 몽수를 벗어 가지런히 손에 들고 가마에 올랐다.

 

4

 

가마꾼들이 일제히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가마가 가끔 휘청거렸다. 가마꾼들은 있는 힘을 다해 바삐 산을 내려갔다. 용문사 산길을 벗어나자 가마꾼들이 금비를 돌아보았다.

 

“이제 어디로 뫼실깝쇼?”

 

“아씨. 어디로…… 가실건지요? 개경 처소로 돌아가실까요? 영감나리께서 아씨 걱정 많이 하시겠습니다요.”

 

묘덕이 천천히 들창 미닫이문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들릴 듯 말 듯 긴 한숨을 내쉬더니 묘덕이 입술을 달싹였다.

 

“아니다. 화성목에 있는 용주사로 가자꾸나.”

 

“네? 그 먼 곳을요?”

 

“…….”

 

묘덕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금비가 아씨의 안색을 살피더니 바로 대답 했다.

 

“네, 알겠습니다요. 여보시오, 화성목 용주사로 가 주시오.”

 

“하오…… 거긴 여기서 꽤 먼 곳입니다요. 애당초 우린 거기까진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왔는뎁쇼? 사실, 여기도 안 올 것을 온 걸입쇼? 그럼 이쯤에서 다른 가마나 말을 타고 가십죠? 우린 힘들구 지치고 너무 멀어 더는 못갑니다요.”

 

“여보게, 미안하게 되었네. 내가 운임은 잘 쳐줄 터이니 그러지 말고 가주시게. 우리도 종래는 다시 개경으로 가야한다네. 자네들도 어차피 집으로 가려면 개경으로 가야하지 않는가?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가주시게. 지금 이 산중에서 언제 다시 새로운 가마꾼을 찾으란 말인가. 내 형편 좀 봐 주시게. 부탁함세…….”

 

“아효, 아씨. 저흰 거기까진 정말 못갑니다요. 돈두 좋지만서두, 다 먹구 살자구 이짓 하는 건데…… 아, 눈 속에 길에서 얼어 죽을 일 있습니까요?” 

 

 

 

 

-> 다음 주 토요일(6/8) 밤, 2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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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01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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