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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1-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1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5/25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1-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1회>

 

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2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아씨. 눈이 많이 올 듯해서 더는 못가겠습니다요. 근처에서 하룻밤 묵어야 하지 않을까요?”

 

온몸을 꽁꽁 싸맨 금비가 눈만 빼꼼히 내밀고 추위에 바르르 떨며 물었다. 묘덕이 가마 미닫이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금비의 머리 위로 눈이 목화솜처럼 쌓여갔다. 들판을 보니 눈송이가 굵어지며 전염병처럼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회색빛 들판을 바라보았다. 눈송이는 급기야 함박눈이 되어 펑펑 휘몰아쳤다.

 

“금비야, 이러다 너도 병나겠다. 안 되겠다. 저자거리로 가자꾸나. 그곳 어딘가에서 하룻밤 유하고 내일 날씨를 보기로 하자.”

 

금비가 발갛게 언 두 손을 모아 입김을 호오-, 불어대며 재촉했다.

 

“예, 아씨. 여보시오, 저자거리로 가시오. 눈길이 미끄러우니 조심들 하쇼.”

 

“옙, 알겠습니다요.”

 

가마꾼들이 천천히 가마 머리를 돌렸다.

 

“헛, 처처처처, 꾀꼴꾀꼴 꼴꼬리…….”

 

“엇, 추추추추, 지지구구 지지구구…….”

 

가마꾼들이 박자를 맞춰 주고받는 권마성(*권마성: 말이나 가마가 지나갈 때 위세를 더하기 위하여 그 앞에서 하인이나 역졸들이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가마가 일사천리로 회전을 하며 저자거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날이 워낙 궂어서인지 양평부의 거리는 한산했다. 조금 더 가니 휘몰아치는 눈 속에 희미하게 객주집 등불이 보였다. 가마꾼들은 온몸이 땀과 눈에 젖어 엉망이었다. 묘덕 일행은 방 두 칸을 빌려 여정을 풀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뜨끈한 국밥과 탁배기 몇 사발을 뚝딱 해치운 가마꾼들은 불콰해진 얼굴로 새 짚신과 필요한 물품을 산다며 밖으로 몰려나갔다. 묘덕은 금비와 함께 짐을 풀고 객주에서 쉬었다.

 

“금비야, 이리 오너라. 아효, 손발이 얼음장이구나…….”

 

그녀가 금비의 손발을 아랫목으로 넣어주며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눈은 그칠 줄 모르고 펑펑 내렸다. 묘덕이 잠시 방문을 열고 광목천으로 뒤덮인 듯 눈이 내리는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보았다. 객주 아낙이 손님들에게 국밥을 내가다가 묘덕을 힐끗 돌아보았다.

 

“어디서 오셨수? 오늘 하룻밤만 묵으실 거유? 날씨가 심상치 않구랴.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는 몰라두 며칠 지나 눈이나 녹고서 떠나는 게 좋을 거유. 이곳은 경기도지만 교주도(강원도)만큼 산길이 험 하다우.”

 

“눈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아, 하늘을 좀 올려다 보시우. 먹구름이 잔뜩 낀 게. 며칠 배곯은 시어머니 인상을 하고 있잖수? 모르긴 해도 며칠은 연이어 내릴 것 같구만……. 으이구! 춰라! 그만 문 닫으슈. 냉기 들어가면 밤에 자다 고뿔들기 십상이유. 요즘 같은 날씨에 고뿔이라두 들믄 여간 고생이 아니라우.”

 

“알겠습니다.”

 

그녀가 방문을 닫았다. 금비와 묘덕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그녀는 꿈에 백운스님을 보았다. 꿈속에서도 그들의 못 다한 말들처럼 눈이 펑펑 내렸다. 그녀가 멀리 바라보니 아득한 들판에 백운스님이 삿갓을 쓰고 어딘가로 하염없이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묘덕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백운스님은 들리지 않는지 계속 들판을 가로질러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녀가 꿈속에서 백운스님을 향해 손짓 하며 목 놓아 부르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벽을 사이에 두고 옆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쌍육을 한판 벌인 듯했다. 그녀를 태우고 온 가마꾼들과 이곳에서 만난 다른 남정네들이 옆방에 모여 투전판을 벌인 모양이었다. 옆방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밤새 얇은 벽을 뚫고 넘나들었다. 묘덕은 그 소리에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시끄러워 다시 잠이 깼다. 옆방에서는 쌍육이 시들해졌는지 그새 골패가 한창이었다. 서로 더 잃었다고 실랑이 벌이는 소리. 왜, 속임수를 쓰냐고 언성이 높아진 패거리들. 이젠 날 샜으니 그만하자는 패들이 서로 맞물려 야단법석이었다. 그녀가 일어나 깊이 잠든 금비에게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었다. 금비의 손과 발이 붉게 얼어있었다. 그녀는 금비의 손발을 오래 쓰다듬다 다시 이불 속에 넣어주고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방안의 따뜻한 공기를 송곳처럼 찌르며 들어왔다. 밖은 아직 새벽이라 푸르스름한 빛이 감돌았다. 눈은 다행이 그쳐있었다. 마당을 보니 내린 눈은 생각처럼 심하게 쌓이지 않았다. 아침햇살이 퍼지면, 용문사로 향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녀가 벽에 기대 잠시 눈을 붙였을 쯤. 객주 아낙이 방문을 두드렸다.

 

“일어나셨수? 조반 드슈.”

 

그녀가 금비를 흔들어 깨웠다. 금비가 이불을 정리하는 사이 아낙은 개다리소반에 뜨끈한 국밥이 차려진 아침상을 방안으로 들여보냈다. 옆방의 패거리들은 아침이 다 돼서야 해산하는 듯했다. 옆방에서는 가마꾼들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른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객주 정주간 아궁이 가마솥에서 선짓국이 펄펄 끓고 있었다. 정주간에서 뜨거운 김이 안개처럼 뿌옇게 흘러나왔다. 보기만 해도 신비롭고 따뜻했다. 그녀는 국밥집 뒤란을 천천히 한 바퀴 걸었다. 뒤란에 높다랗게 자란 감나무는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했다. 앙상한 가지에 하얀 눈꽃이 이끼처럼 붙어있었다. 하늘 끝 높다란 나무 위에 까치밥으로 매달린 홍시가 허공에 등을 매단 듯 환했다. 그녀와 금비가 길 떠날 채비를 다 마친 후에야 옆방에서 자던 가마꾼들이 일어났다. 잠을 설친 그들은 몰골이 까칠했다. 투전으로 잠을 설친 가마꾼들 모두가 붉게 충혈 된 토끼눈을 끔벅거렸다. 금비가 가마꾼 사내들을 재촉했다.

 

“어서들 준비하시게.”

 

“알았소. 냉큼 서두를 테니 조금만 기다리슈.”

 

아침 요기를 마친 가마꾼들이 저마다 손등에 천으로 된 장갑을 몇 겹씩 꼈다. 새로 산 짚신에 새끼줄을 여러 번 감아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채비를 했다. 가마꾼들이 짚으로 새끼를 꼬듯 손에 침을 퉤퉤 뱉어 쓱쓱 비비더니, 가마를 번쩍 들고 객주를 나섰다.

 

3

 

묘덕은 다시 길 위에 있었다. 그녀가 가마에 달린 들창문으로 마을을 벗어나는 고샅길을 물끄러미 내다보다 오한이 들자 문을 닫았다. 금비는 두 눈만 겨우 보일만큼 꽁꽁 싸맨 채 가마꾼을 따라서 바삐 걸었다. 가마꾼들은 간밤의 투전판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누구는 잃었다고 하고, 누구는 본전이라 했다. 그 말을 들은 금비가 남정네들은 그런 도박을 왜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며 눈을 흘겨주었다. 가마꾼들이 입김을 허옇게 내뱉으며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로 서로 껄껄 웃었다. 가마꾼들의 웃음소리가 눈 내린 고요한 들판에 메아리쳤다. 그 소리에 놀란 꿩 한 쌍이 눈 덮인 논에서 산중턱으로 후두둑, 날아올랐다. 야트막한 산을 몇 개 더 넘고 들을 지났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로 접어들고 있었다. 다시 약간의 경사진 산길을 한참 더 올라 좌측으로 가마를 돌리니 용문사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더 올라가니 거대한 은행나무가 살아서 하늘로 오를 듯 두 팔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다음 주 토요일(6/1) 밤, 2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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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5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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