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0-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0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5/18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0-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0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05/18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0-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20회>

 

챕터 7 <스님……, 가시옵니까?> 1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잠시 후, 선방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녀는 공손히 눈을 감고 합장을 한 후, 고개를 들었다.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던 한사람을 보기 위해서. 그런데 다른 사람이 문을 열었다. 백운스님의 제자 법린스님 이었다.

 

“아니, 묘덕 아씨 아니세요?”

 

“법린스님. 잘 계셨지요?”

 

“아, 이게 얼마만인가요?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백운스님은 어디 가셨나요? 석찬스님도 안보이시네요.”

 

묘덕은 그토록 그리웠던 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서운했다.

 

“스승님은 달포 훨씬 전쯤부터 장기출타 중이십니다. 석찬스님과 함께 가셨습니다.”

 

“그러셨군요. 어디를 가셨나요?”

 

“글쎄요. 전국 산천을 돌며 수양 좀 하고 오신다고 하셨을 뿐, 기일은 딱히 정하지 않고 떠나셨습니다. 그나저나 아씨. 정말 잘 오셨어요. 행복하시지요? 이렇게 뵙게 되니 무척 반갑습니다.”

 

“네. 저는 잘 지냅니다.”

 

법린스님이 차를 내왔다. 둘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산 속이라 바람이 차갑게 문풍지를 흔들었다. 머잖아 눈이 내릴 듯 했다.

 

“스승님께서 아씨를 그렇게 보내드리고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셨습니다. 늘 걱정으로 마당을 서성이셨지요. 정안군 나리의 극진한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디 잘 살아야 할 터인데…… 하시며 자주 혼잣말을 하셨지요. 아씨도 잘 아시잖아요? 스승님이 얼마나 아씨를 아끼셨고 행복하길 바라시는지…….”

 

“……네.”

 

“그러니 앞으로도 늘 행복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스승님께서 원하시는 일일 테니까요……. 아시죠?”

 

“네 그럼요.”

 

묘덕은 그간의 백운스님 소식을 그의 제자인 법린 스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저, 스님. 백운스님이 혹시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은 전혀 없으셨나요?”

 

“글쎄요…… 이렇다 정하시고 가신 것이 아니라서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평소 마음에 두셨던 곳을 돌아보지 않으실까 합니다. 양평부에 있는 용문사와 화성목에 있는 용주사로 해서 안성목에 있는 칠장사. 그곳들은 모두 스승님이 늘 마음에 담아두신 곳들이니까요. 아, 양평부 용문주에 있는 용문사와 윤필암은 아씨도 몇 년 전 스승님과 함께 다녀 온 곳이라 잘 아시지요?”

 

“네.”

 

선방에서 법린스님과 담소를 나눈 묘덕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시게요? 한 며칠 묶고 쉬었다 가시지요?”

 

“아닙니다. 이만 돌아 가봐야지요. 밖에 금비 있느냐?”

 

“네, 아씨.”

 

“돌아갈 채비를 하거라.”

 

“아씨, 벌써 가시게요? 알겠습니다요. 가마 준비해 놓겠습니다요.”

 

“묘덕아씨, 모처럼 오셨다가 이렇게 서둘러 가신다니 서운합니다. 스승님이 돌아오시면 다녀가셨다고 안부 전해드리겠습니다. 먼 길 살펴 가십시오.”

 

법린스님이 그녀를 배웅하러 산문 입구까지 나왔다. 그녀가 공손히 합장을 하고 산을 내려갔다. 법린스님도 합장을 하고 멀어지는 묘덕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산을 내려온 묘덕은 잠시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순간 모든 것들이 얼음처럼 차게 그녀를 뒤덮었다.

 

‘아! 이제는 어디로 가야하나. 달포나 지났다면…… 스님은 지금쯤 어디에 계실까.’

 

백운스님의 소식을 듣고 난 후 그녀는 산을 내려와 문득, 갈 곳이 사라졌다. 주머니 속에 소중히 담고 다녔던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묘덕은 뭔가 결심한 듯 다시 가마에 올랐다. 잠시 후 그녀가 쪽창을 열었다.

 

“금비야.”

 

“네, 아씨.”

 

“양평부 용문주에 있는 용문사로 가자.”

 

“예, 아씨.”

 

“아씨. 그곳은 겨울마다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생각만큼 빨리 못갑니다요. 그리 아십쇼.”

 

말을 마친 가마꾼들이 가마를 움직였다. 산을 여러 개 넘는 동안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듯 온통 설국이었다. 가마 들창문으로 새어드는 기온은 더욱 차가웠다. 묘덕은 백운스님을 찾아가는 내내 길에서 눈과 칼바람을 마주했다. 어떤 날에는 가마가 고장이 나서 애를 먹기도 했다. 가마꾼 하나가 발목이 접질려 며칠씩 길을 갈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어떤 날에는 가마꾼의 발에 동상이 심해 며칠씩 객주에 갇혀있어야 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늘어난 여정으로 그만큼 묘덕을 향한 원성도 잦았다. 또 어떤 날에는 너무 오래 걸은 금비의 발이 곪고 헐어 며칠씩 객주에 머물기도 했다. 양평부는 산이 우거지고 깊어 강원도와 맞먹는 산세였다. 산도 가파르고 한낮에도 산짐승이 자주 출몰했다.

 

2

 

남달리 아끼며 돌보았던 묘덕을 한순간에 다른 사내의 품으로 떠나보내고 백운은 마음 한곳이 아물지 않았다. 그녀를 그렇게 보내고 세상 멀리 떠돌아도 마음속에는 늘 그녀가 밟히며 따라왔다. 백운스님이 그녀의 기억에서 멀리 벗어나려 할수록 그녀는 백운스님의 가슴 안쪽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산을 넘고 내를 건너면 저만큼 뒤에서 그녀가 마음에 감겨들었다. 멀리 들판을 바라보면, 어느 새 곁에 다가와 ‘스님…….’하고 그녀가 말을 걸었다. 세상의 수많은 강을 건너도, 그녀에게서 멀리 벗어났겠지 하고 주변을 돌아보면 그녀는 어느새 부드러운 바람으로 따뜻한 햇살로 촉촉한 냇물로 작은 들꽃으로 다가와 백운의 곁에 있었다. 무심한 달빛이 백운스님의 뒷모습을 적시며 흘러내렸다.

 

‘묘덕아. 아…… 내가 정녕 잘 못한 것이냐? 너를 보내지 말았어야 옳았느냐? 나는 지금도 네 걱정으로 가득하고 또 가득하구나. 내 안에 나는 진정 어디에도 없구나. 너는 그 누구이며…… 여기 강변을 서성이는 나는 또 그 누구란 말인가! 아……! 달빛은 저리도 밝게 냇물을 비추는데 저 물속에 뜬 달은 누구의 마음이며 내 안에 뜬 달은 또 뉘 것이란 말이더냐! 묘덕아……. 묘덕아……. 저 바람은 떠나 온 곳이 있고 돌아갈 곳이 있을진데. 내가 떠나온 곳은 그 어디이며……. 내가 돌아갈 곳은 정녕 그 어디란 말이냐……!’

 

3

  

그녀가 집을 떠나온 지도 여러 날이 흘렀다. 날씨는 혹독한 겨울 가운데 머물고 있었다. 묘덕일행이 양평부 경계에 다다르자 또 다시 눈발이 그녀 앞을 하얀 장막처럼 가로막았다. 묘덕은 걱정이 앞섰다.

 

‘하아…… 낭패다. 눈이 금방 그칠 것 같지 않구나. 하루라도 빨리 용문사에 도착해야 백운스님을 만날 수 있을 터인데, 날씨가 이리 말썽이니. 행여 서로 길이 엇갈리면 어쩐다지? 그러면 안 될 터인데…….’

 

“아씨. 눈이 많이 올 듯해서 더는 못가겠습니다요. 근처에서 하룻밤 묵어야 하지 않을까요?”

 

 

 

 

-> 다음 주 토요일(5/25) 밤, 21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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