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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9-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9회>-챕터6<공녀와 후실>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5/11 [01: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9-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9회>

 

챕터 6 <공녀와 후실> 2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꽃] 챕터6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수춘옹주는 아들 열이를 붙잡을 힘이 없었다. 그녀는 그동안 염려했던 일이 벌어지자 몹시 괴로웠지만 투기로 보여질까봐 밖으로 내색하지 못했다. 정안군 허종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묘덕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다. 겨울이 깊어지고 섣달에 정안군은 묘덕을 후실로 맞는 혼인식을 초혼처럼 성대하게 치렀다. 그의 아들 열이는 이미 집을 나간 후라 혼인식 자리에 없었다. 정안군과 묘덕은 허열 때문에 가슴 아팠지만 시간이 약이려니 하고 함께 기다리기로 했다. 열이는 시간이 가면 곧 돌아올 것이라고 정안군이 묘덕을 위로했다. 정안군은 그녀를 후실로 들이고 금비를 사노비로 데려와 묘덕의 시중을 들게 했다. 금비는 전라도 지리산 자락이 고향이라 했다. 예의도 바르고 마음씨도 곱고 착한 아이였다. 묘덕은 금비가 처음 자신의 몸종이 된 날 정표로 예쁜 목장도를 선물했다. 금비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묘덕을 극진히 모셨다. 정안군도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그녀에게 불살랐다. 그녀도 시국의 아픔을 원망할 뿐 달리 방법이 없음을 알고 정안군을 부군으로 받아들였다. 정안군과 혼례를 올린 날 밤. 묘덕이 원앙금침에 누워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녀가 누운 머리맡이 소리 없는 눈물로 젖어들었다.

 

‘아! 스님…… 부질없는 이 몸 한 겹 한 겹 켜켜이 열고 열어 당신께 모두 드리고 올 것을. 부질없는 이 마음 한 칸 한 칸 빗장 열어 당신께 아낌없이 바치고 올 것을……. 그랬다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으리. 아! 나는 이제 어이하나! 나는 정녕 어이하나! 스님, 내 마음속의 산사가 너무 그립습니다. 사무치도록 당신이라는 마음의 절이 그립습니다……. 흐흑!’

 

백운스님이 묘덕을 정안군의 후실로 보내고, 몇 년이 흘렀다. 백운스님은 그렇게 보낸 묘덕이 마음에 밟혀 괴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여름도 지나고 다시 가을이 왔지만 줄 끊어진 연 같은 스님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묘덕을 향한 마음은 더욱 높이 펄럭였다. 그는 고삐 풀린 듯 갈팡질팡 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번뇌로 괴로워했다. 스님은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묘덕을 잊기 위해 선원사를 잠시 떠날 작정을 했다.

 

3

 

백운스님은 마음 속 번뇌를 잊기 위해 발길 닿는 데로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묘덕은 정안군의 후실이 되어서도 마음은 한곳으로만 고여 들었다. 그때 묘덕의 나이 24세. 백운스님의 나이 45세였다. 스님만을 향해 흘러가는 마음 때문에 그녀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금비야.”

 

“네. 아씨.”

 

“너는 이 길로 주자소에 좀 다녀 오거라. 가서 활자장 최영감님께 내가 전하더라는 말씀과 함께 이것 좀 전해드리고 오너라.”

 

묘덕은 은병이 든 함과, 금속활자 주자제작을 하루 속히 시작해 달라는 편지를 써서 금비에게 건넸다.

 

“예, 아씨.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요.”

 

“오냐, 나는 잠시 나리 처소에 좀 다녀오마.”

 

“네, 아씨.”

 

묘덕은 정안군 허종의 서재로 향했다.

 

“허허허, 부인이 예까지 어인 일이오. 조금 후면 내가 별당으로 들려던 참이었소.”

 

“나리. 소녀 잠시 여행 좀 다녀올까 하오니 가마를 좀 내주시옵소서.”

 

“여행을요? 여행이라면, 나와 함께 가십시다. 대관절 어디를 가고 싶소? 내가 그대의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동행해 드리리다.”

 

“나리 아닙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저와 금비만 다녀오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음, 그래요? 가마꾼들이 따라가니 안전할 터이라 그것도 상관은 없소만……. 그래, 어디를 가려는 거요?”

 

“그냥, 세상 이곳저곳 발길 닿는 데로 명산대천을 돌아서 올까 하옵니다. 주변에 사찰도 좀 돌아보고요.”

 

“음…… 집안에 갇혀 살자니 답답하기도 하실 테지요. 그럼 그렇게 하시오. 채비 잘 해서 편안히 다녀오도록 하시오. 내가 아랫것들 시켜 준비해 두겠소.”

 

“네. 나리 고맙습니다.”

 

금비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래. 내가 전하란 대로 하였느냐?”

 

“예, 아씨.”

 

“활자장 영감님이 달리 말씀이 있으셨더냐?”

 

“예. 아씨가 보내신 서찰을 보시더니 잘 알았다 하시며, 여건 되는대로 바로 시작 하겠다 하셨습니다요.”

 

“음, 그래. 애썼구나. 그리고 며칠 후, 원행(遠行)을 할 참이니 너도 채비를 하거라.”

 

“예.”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챝터7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 7. 스님……, 가시오니까? >

 

1

 

 

며칠 후, 그녀는 얼굴에 분을 곱게 발랐다. 묘덕의 눈썹은 버들잎 모양으로 가늘고 길었다. 겨울이라 황견으로 만든 따뜻한 치마를 입고 갓신을 준비했다. 머리에는 보온이 잘되는 검은 몽수(蒙首)를 길게 늘이어 쓰고 눈만 내어 놓았다. 두루마기는 백저포를 입고 가슴에는 은장도와 노리개와 금 향낭을 곱게 차고 길 떠날 채비를 했다. 정안군이 마련해 준 사인교 가마를 타고 그리움이 깔린 길 위로 나섰다. 묘덕은 가장 먼저 선원사를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들러 누군가를 실컷 보고 싶었다. 몇 년이 흘렀건만 마을도 냇물도 정겨운 모습이 그대로였다. 저 멀리 냇물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낯선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내는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 정처 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허열 이었다. 그녀는 그가 허열 이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허열은 그렇게 그녀를 잊기 위해 오래전 집을 나간 채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선원사 오솔길 곳곳에는 많은 낙엽들이 각자의 운명을 안고 떠도는 인간사처럼 수북이 쌓여있었다. 산문 입구에 다다르자 그녀가 가마의 들창문을 열고 금비를 불렀다.

 

“금비야. 잠시 가마를 멈추어라. 이곳부터는 함께 걷자꾸나.”

 

그녀는 가마에서 내려 천천히 오솔길을 걸었다. 나무들의 사연은 그전보다 더 웃자라있었다. 묘덕은 금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선원사 입구에 다다랐다. 그녀는 고요히 합장하고 그간의 그리움을 치맛자락처럼 끌며 고요히 들어섰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자 고요한 풍경소리가 먼저 마중을 나왔다. 그녀는 금비와 함께 해탈문을 지나 법당으로 향했다. 먼저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공손히 절을 마치고 나와 요사채로 갔다. 마음은 어느 새 그분을 찾느라 조급해지고 있었다. 후원 어딘가 서 있을 누군가의 옆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선방에 계실까? 아니면 작은 법당에 계시나. 내가 온 줄 아시면 어떤 표정을 하실까. 무척 기뻐하실까? 그동안 스님은 얼마나 모습이 변하셨을까?’

 

그녀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발끝에서 작은 돌멩이들처럼 굴러다녔다. 마음은 어느새 저만치 앞서 절 마당을 뛰는 듯 가로지르고 있었다.

 

“금비야 어서 서둘러 걷자꾸나.”

 

“네. 아씨.”

 

그녀가 선방 문 앞에 이르렀다. 댓돌위에 미투리 세 켤래가 사이좋게 겨울햇살을 쬐고 있었다. 묘덕은 잠시 옷매무세를 단정히 하고 인기척을 냈다.

 

“스님. 스님.”

 

잠시 후, 선방 문이 스르르 열렸다. “금비야 어서 서둘러 걷자꾸나.”

 

“네. 아씨.”

 

그녀가 선방 문 앞에 이르렀다. 댓돌위에 미투리 세 켤래가 사이좋게 겨울햇살을 쬐고 있었다. 묘덕은 잠시 옷매무세를 단정히 하고 인기척을 냈다.

 

“스님. 스님.”

 

잠시 후, 선방 문이 스르르 열렸다. 

 

 

 

 

-> 다음 주 토요일(5/18) 밤, 2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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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1 [01: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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