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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8회>-챕터3<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4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2/23 [19: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8-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8회>

 

챕터 3 <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 4화

▲ 불멸의 꽃 챕터3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지붕 위 상기된 달빛이 자신의 그것을 구름의 은밀한 영토 속으로 또 한번 강하게 들이밀었다. 구름은 몸과 마음이 산산이 흩어지는 듯했다. 뜨겁게 발기된 달빛의 중심이 구름의 은밀한 안쪽을 드나들었다. 뒷산에서 밤하늘을 어루만지던 높다란 나무가 허공을 할퀴며 몸을 떨었다. 산중을 뒤덮은 적막은 고요하면서도 격렬했다. 그러나 백운스님의 손길은 그녀를 부드럽게 뒤로 밀쳤다.

 

“묘덕아……. 네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지금 너와 나를 모두 보고 계심을 너는 모르겠느냐? 너와 나는 이런 인연으로 만난 것이 아니니라. 우리는 이런 연정을 주고받을 수 없는 사이니라. 나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고 그만 옷을 입어라. 어서……. 얘야, 무위(無位)를 깨치고 마음을 비워라. 알겠느냐?”

 

“흐흐흑! 스님……. 차라리 저를 내쳐 주시옵소서. 스님을 힘들게 하였으니 죽을죄를 졌사옵니다. 흐흑!”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백운은 묘덕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져주었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그녀의 마음이 조금 잔잔해졌다.

 

“스님……. 언제나 마음을 바로하시고 수행에 힘쓰시는 스님께 큰 죄를 저질렀사옵니다.”

 

“아니다 얘야. 내가 일전에 네게 일렀지 않았더냐……? 너의 죄로 이리 된 것이 아니니라. 저절로 이리 된 것 이니라. 그러니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거라.”

 

“흐흑! 정말 그럴까요……?”

 

“그렇느니라……. 몸속에 뜨거운 것들이 운행하는 모든 중생과 미물들조차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거늘. 나 또한 연약함이 너와 한가지니라. 허니 누구도 너를 정죄할 수 없느니라……. 그래서 우리 중생들은 늘 허상에 넘어지지 않도록 정진바라밀에 힘써야 하느니라.”

 

“허상……요?”

 

“그래, 얘야. 네가 나를 연모한다 했지만. 네가 연모하는 것이 나인 게냐? 아니면 네가 네 마음속에 만든 또 다른 허상인 게냐?”

 

“스, 스님……?”

 

“본디 모두가 각자의 마음속에 허상을 만들어 놓고 그것이 마치 실재인양 착각하며 스스로가 그 허상에 무너지고 또 빠져들고 마는 것 이니라……. 그것을 정녕 모르겠느냐? 네 안에 있는 백운이라는 그가 진짜이더냐 아니면 지금 네 앞에 있는 내가 진짜이더냐? 깨끗한 흰 구름은 허공에 있다 사라졌다 하고, 잔잔히 흐르는 물은 큰 바다 복판으로 스며드느니라. 물은 굽거나 곧은 곳을 만나도 저것과 이것이 없지 않느냐? 또한 구름은 스스로 잡고 스스로 풀어져 친하거나 서먹서먹하지 않느니라. 만물은 본래 고요하여 나는 푸르다 나는 누렇다고 말하지 아니 하는데, 사람들은 스스로 시끄러이 만들고 이것이 좋다 저것이 나쁘다고 마음을 내느니라. 그것이 옳은 것이더냐? 또한 어느 것이 정녕 좋고 어느 것이 정녕 나쁜 것이더냐? 이 세상에 네 눈앞에 뭐가 있긴 한 것이더냐? 직지(直指)해야 하느니……! 묘덕아! 직지 하거라! 너는 이 말을 명심해야 하느니!”-*백운화상의 무심가(無心歌) 일부

 

“스님……. 직지(直指)……라니요?”

 

“결국 네가 네 안에 스스로 만든 나의 허상이 네 안에서 너를 그리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흐음……. 묘덕아, 그러니 늘 깨어 있어라. 모든 것을 바로 보는 것이 곧 깨달음이니라. 헛것에 휘둘리지 말거라! 곧게 보아라. 직시(直視) 하여라. 똑바로 보란 말이다. 알겠느냐?”

 

“예, 스님……. 부끄럽습니다. 용서해 주시어요.”

 

“흐음, 아니니라. 나 역시 인간인지라 그런 것에서 미약하여 자주 넘어지느니라. 우리는 그래서 늘 마음과 몸을 맑게 환기하고 항상 부처님의 법력에 의지해야 현혹되지 않느니라. 그것이 바로 무심(無心)이고 수행의 근본이니라. 다행이 네가 이제라도 마음을 돌렸으니 부처님도 너를 너그러이 용서하실 게다. 나무아미타불……. 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그만 옷을 입고 몸가짐을 바로 하여라. 묘덕아, 어서…….”

 

백운스님의 인자한 가르침에 묘덕은 섬광 같이 환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느꼈다. 그녀는 백운의 설법을 듣는 순간 자신의 정신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묘덕은 깊은 가르침과 뜻을 갖고 있는 백운스님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백운스님은 면벽수행을 마치고 조용히 일어섰다. 그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밤하늘은 어느새 푸른 새벽을 끌어다 덮고 있었다. 방금 전, 달빛과 구름이 몸을 섞었던 허공 한켠에는 처녀의 선홍빛 혈흔 같은 붉은 여명이 동백꽃물처럼 붉게 얼룩져있었다. 묘덕을, 몸소 살아있는 가르침으로 깨우쳐 준 백운스님은 그날 밤 산을 내려가 산사로 돌아오지 않았다. 높다란 나무 위에서 달빛과 구름의 비밀을 훔쳐본 부엉이는 그 후로도 오래 함구했다. 그 다음날도 스님은 선원사로 돌아오지 않았다. 묘덕은 자신의 못난 행동을 몹시 후회했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스님을 사모해도 그렇지. 열심히 선업을 쌓으시고 수행하시는 스님께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이건 스님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뭔가 잘못 되었어. 내가 정말 어디에도 없는 허상에 이끌리고 무너진 것일까? 바로 본다는 것은 무얼까? 아,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어쩌면 좋지? 스님께 큰 죄를 짓고 말았어. 자칫하면 훌륭하신 스님을 파계로 내몰 뻔 했어. 아, 스님을 장차 어찌 볼까…….’

 

 

3

 

묘덕은 며칠 전 그날 밤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는 무겁고 송구한 마음으로 스님이 다시 돌아오기만 간절히 기다렸다. 그날 밤 그 곳에 함께 머물렀던 밤바람과 하늘의 구름은 시치미를 떼고 딴청을 피웠다. 사흘째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온 백운스님은 오로지 기도에만 전념했다. 공양 때조차도 묘덕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색한 며칠이 지나서야 백운스님이 대방으로 묘덕을 불렀다.

 

“부르…… 셨어요?”

 

그녀는 차마 스님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 스님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 다음 주 토요일(3/2) 밤, 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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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3 [19: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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