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소양호 옛길 -부창고개 언저리

신용자의 길 이야기

신용자 길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2/05/20 [16:52]

춘천 소양호 옛길 -부창고개 언저리

신용자의 길 이야기

신용자 길 칼럼니스트 | 입력 : 2012/05/20 [16:52]

 

▲ 부창고개 전망대     © 브레이크뉴스강원

 

소양호 주변 옛길은 물속으로 사라졌지만, 자취나마 어렴프시 남아있는 곳이 부창고개 언저리이다. 조선시대 부창역이 있었고 부창나루와 부창주막이 있었던 곳으로 소양강으로 들어오던 부귀리 여오내천(부귀천)과 동면의 품걸리 물길이 합류하던 곳이다.

 

▲ 물속으로 사라진 옛길     ©브레이크뉴스강원


산속의 바다가 된 소양호로 옛 모습을 그려 볼 수 없지만 부창고개가 있던 이곳 나루터는 외지인의 발길이 닿던 곳. 원주 홍천을 거친 아랫녘 사람들이 늘목재를 넘어 품걸리에서 배를 건넜고 다음 마을인 북산면 면소재지였던 내평(수몰 전 북산면 면소재지)에서 화천, 철원, 양구 등으로 나가는 길목이었다.


▲ 부창골에 배가 닿았다     ©브레이크뉴스강원

 

번지 없는 낚시터 마을

댐이 생기면서 이 일대는 낚시꾼들의 천국이 되었다. 산막골과 더불어 소양호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볐던 곳, 아직도 검은 움막집들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비어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드나드는 몇 몇 사람들만 발걸음을 한다.

97년 가두리양식장이 철거되기 전까지만 해도 300여 채 이상의 천막촌이 형성되었던 곳, 이곳에서 매점을 하던 아저씨와 낚시터 터줏대감이던 아저씨는 인근 산막골에 터를 잡았다.

물띠가 선명한 호숫가 산자락은 코숭이마다 전망대가 된다. 1번골, 2번골, 축대골, 귀신골 등 나름대로 이름도 있는 이곳은 별천지,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 태초의 삶이 그리운 사람들이 바람처럼 훌쩍 들렀다가 떠나가는 곳이다. 예전 부창고개가 있었을 때 주막집이 있었던 길옆엔 지금도 찬 샘물이 솟구친다.

여름한철 이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든다고 한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실패한 사업자, 예술가를 비롯 연예인 등도 주민이 된다. 지금도 이곳을 돌보는 이강훈(57)씨는 작가들 술버릇이 제일 고약하다고 한다. 호숫가 소나무 사이로 가을달빛이 쏟아져 내릴 땐 환장하게 아름답다는 부창골의 매력은 사람들이 계급장 떼고 만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각장 마구리 돌이 된 ‘양구 7.5km 이정표’

이곳엔 예전 양구 가던 신작로와 옛길이 일부나마 남아 있다. 지금은 신작로 축대만 언뜻 언뜻 나타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지는 길이 1킬로 미터 정도. 그 위편에는 산막골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이 청평분교가 생기기 전 다녔다는 내평으로 가던 옛길이 일부 남아 있다. 두 길 다 물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런데 옛길과 신작로가 만나는 곳에 낚시꾼이 썼다는 쓰레기 소각장 터가 있다. 그 소각장 마구리 돌이 ‘양구 7.5km’ 이정표다. 돌을 뒤집어 희미한 각자에 모래를 뿌리자 뚜렷하게 나타났다. 돌 아래쪽이 떨어져 나갔지만 글씨는 남아 있다.

 

▲ 양구 이정표     © 브레이크뉴스강원



 

1935년 4월 김시창(김사량, 1914-1950, 태백산맥 등을 쓴 작가)이 동아일보에 연재한 ‘강원도에서’란 ‘산곡의 수첩’을 보면 당시 내평리를 지나는 승합버스를 탔을 때의 광경이 묘사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시집가는 열여섯 살쯤의 새색시와 그네들이 내리는 길옆 잔칫집 꼬마신랑(십삼사세 정도) 모습이 삼삼하다.

 

소양호 최고 전망대 ‘승호대’

소양호의 백미로 불리는 승호대 전망대는 소양호 담수 후 산막골, 부귀리, 내평리, 오항리, 추전리, 추곡리 등 모든 그루터기 마을마다 나루터가 생기고 배편으로 교통이 바뀌었으나 이후 찻길이 뚫리면서 생겨난 곳. 지금은 산막골, 추전리에만 배가 들른다.(단체 손님이 있을 경우 미리 연락하면 배를 이용 할 수 있다.)

 

▲ 승호대에서 바라본 소양호     © 브레이크뉴스강원



 

산막골에 들어 와 사는 우안 최영식 화백이 쓴 건봉령 승호대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산첩첩 물겹겹 아름답다 산하여’). 남해의 다도해를 연상케하는 이곳의 풍경은 사계절 색다른 모습으로 맞이한다. 이곳에서 부창고개로 내려가는 일명 낚시꾼길을 타면 푸른물빛으로 둘러싸인 숲속길이 끊어질 듯 아스라이 펼쳐진다. 능선에는 6.25 때는 전선이 되었던 곳이라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이 남아있다. 부창골 전망대를 세 곳 정도 둘러보고 가슴을 활짝 연 후 산막골로 빠지는 깔닥고개를 넘으면 배터가 있는 큰산막골로 나온다. 예전 인기 드라마 ‘청춘의 덫’에 나왔던 곳이다.

 

▲ 부창고개로 내려가는 길     © 브레이크뉴스강원



산막골(청평2리)과 승호대(산막골과 부귀리 중간 전망대) 사이에 자리한 이곳은 접근이 쉽지 않다. 물론 하루 2번 소양댐에서 출발하는 정기노선을 이용할 경우 산막골-부창골-승호대-산막골 코스로, 차편을 이용할 경우 배후령 터널을 지나 추곡에서 오른편 길로 들어가 오항리 3거리에서 다시 부귀리로 들어가야 하므로 초행일 경우 먼 길로 느껴지지만 춘천에서 1시간이 안 되는 거리이다. 승호대-부창골-산막골-승호대 코스는 이용할 수 있으며 되돌이 코스일 경우 약 7km로 4-5시간 정도 걸인다.

노선버스는 없으며 상가도 물론 없다. 그렇기에 모든 것 내려놓고 아카시아 향기 속에 소양호 물속 마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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