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 (외증조부님을 보내고) / 강선미
그대와 이별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따뜻한 차 한 잔 나누고 싶습니다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시간을 갖겠습니다 말없이 찻잔을 내밀며 그대 손을 스치고 싶습니다 차를 마시는 그대 입술을 보며 그대 음성을 담고 싶습니다 아른하게 피어오르는 향기를 그대 숨에 가두어 그대 살결이 풍기는 내음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찻잔에 빠진 그대 두 눈을 그 곳에 그대로 두고 싶습니다 그대 속눈썹 한 올 미세한 떨림까지도 고요한 공간 속에 봉인하고 싶습니다 이별 후 다시는 그대와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시는 날이 오지 못하여도 찻물을 끓일 때마다 그대와 함께 있음을 기억하겠습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까지 모두 처음 그대로 느끼겠습니다 그대를 놓고도 보내지 않는 마음이 어찌 그대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먼 길 가는 그대 두 발이 더욱 시릴 텐데요 찻잔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 더운 물을 부어 그대 온몸을 데워 녹이고 이 마음 또한 뜨겁게 지키겠습니다 그대 부디 안녕히 가시길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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