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영화는 없다

노인을 이해하는 영화

이정배기자 | 기사입력 2013/04/25 [20:57]

노인을 위한 영화는 없다

노인을 이해하는 영화

이정배기자 | 입력 : 2013/04/25 [20:57]



  코엔 형제가 감독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영화가 우리 극장가를 휩쓸고 지나가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영화 <그랜 토리노, 2008>가 뒤를 이었다. 여기서 한국전 참전 후 줄곧 닫힌 마음으로 살던 나이든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자동차 그랜 토리노를 지키기 위해 장총을 들었다. 이들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노인’이었다. (특히 홀로 남겨진 남자 노인이다.)

  노인 영화의 대표적인 고전은 <노스바스의 추억, Nobody's Fool, 1994>이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 설리는 ‘노스바스’라는 작은 동네에서 날품팔이로 살고 있다. 제멋대로 살아온 60년이었지만 그도 세월 앞에선 무너져 가고 있었다. 동료인 러브,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하숙집 할머니와 건설회사 소장의 부인인 젊은 여자 친구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아들과 손자 사이에서 자신의 설 자리를 더듬거리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그날 오후: 지는 해를 보기 싫었다, That Evening Sun, 2009>는 양로원을 탈출하여 아내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자기 집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집스런 노인의 외로운 투쟁을 그리고 있다. 아들은 편안한 양로원에서 지내라고 하지만 노인은 손때 묻은 집은 함부로 다루는 아들의 친구가 못마땅하여 심한 분노와 날카로운 심경을 표출시킨다. 심화된 갈등은 극단적인 행동까지 유발시킨다. 

  백발성성한 남자의 외로운 뒷모습이 너무도 슬프게 표현된 영화들이다. 영화에서 노인들은 소박한 이탈과 불가능한 소망을 꿈꾸어보지만, 자식들이나 이웃은 조금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조용히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라는 허무한 소리만 읊어댄다. 가슴이 아파 실제로 노인들은 절대로 볼 것 같지 않은 영화, 그래서 오히려 노인 아닌 이들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한 번쯤 봐야 하는 그런 영화들이었다. 

* 나도 언젠가 늙을 것이며, 홀로 나의 자리를 더듬거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가슴 부여안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오늘 내린 비는 더욱 차가웠고 몹시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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