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나를 의심하라, 그래야 내가 존재한다

이정배기자 | 기사입력 2012/10/02 [10:19]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나를 의심하라, 그래야 내가 존재한다

이정배기자 | 입력 : 2012/10/02 [10:19]




영화 :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감독 : 사라 폴리
주연 : 미쉘 윌리엄스(마르고), 세스 로건(루 루빈), 루크 커비(다니엘)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생각한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은 이미 낡은 정신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 명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의심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의심하는 순간만큼은 내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기도 한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데카르트의 명제에 충실한 작품이다.

  민감한 감독인 ‘사라 폴리’는 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더욱 명료하게 스크린에 옮겨다 놓는 기가 막힌 재주를 갖고 있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내고 있는 배우 ‘미쉘 윌리엄스’는 눈빛 하나도 헛되게 사용하는 법이 없다.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또 다른 남자인 ‘다니엘’을 바라보는 눈빛에 색상이 또렷하다. 눈빛이 품고 있는 가슴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영화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일랜드 감독인 ‘존 카니’의 작품 <윈스 (Once, 2006)>가 감미로운 노래에 휘말려 미처 여성의 주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면, <우리도 사랑일까>는 최소한의 음향을 사용함으로 주변상황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여성의 심리를 인지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녀의 수수한 움직임에도 휘말려 들어간다. 그래서 영화가 끝났을 때,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 쓸어내리며 한참을 의자에 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사랑에는 종류가 많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별 할 일없는 사람들이 사랑의 종류를 세세하게 나누어 놓고 울음 질질 짜게 만들었다고 비난한다. 사랑의 분류작업에 앞장 선 매체가 영화일 것이다. 감정을 그려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무수히 자책하면서도 영화는 꾸준히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해왔다. 이제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영화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의 한계성을 의심하게 하는 영화이다.

  남녀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여성들은 습관적으로 남성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 여성의 마음이 흔들린 것은 남성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쉽게 이야기 한다. 적어도 <우리도 사랑일까>는 그런 무책임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여성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말한다. 좋은 것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마음의 흔들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의심할 때, 자기의 존재를 가장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영화비평/ 이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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